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성착취 음란물을 유통해 억대 이익을 올린 혐의로 구속된 ‘박사방’ 운영자 조모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번주 열릴 신상정보 공개 심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조씨가 검거된 지난 1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국민청원은 나흘 만인 22일 오후 9시 기준 동의 인원 200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다인 자유한국당 해산요청(당시 약 183만여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20일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전원의 신상공개를 해달라’는 청원 역시 이틀 만에 동의 인원 135만명을 넘겼다.
현행법상 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 2항에 적시된 4가지 요건을 충족할 때 이뤄진다.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 △국민 알권리 및 재범방지·범죄예방 등 공익 보장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음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음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 신상이 공개될 수 있다. 이 법에 근거해 지금껏 신상정보가 공개된 범죄자는 21명이다. 대부분 살인과 결부된 범죄를 저질렀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오는 24일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씨의 신상공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심의 결과는 이번주 초쯤 나올 전망”이라고 밝혔다. 심의위원회에서 조씨의 신상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질 경우, 조씨의 얼굴과 이름 등을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텔레그램 등을 이용한 사이버 성폭력 관련 수사를 통해 20일 기준 피의자 124명을 검거해 18명을 구속했다. 국제공조와 아이피 주소 추적 등을 통해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와 제작자 등을 다수 검거한 경찰은 핵심 피의자들뿐 아니라 성 착취물을 소지·유포한 피의자들도 수사 선상에 올려 추적해왔다.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은 ‘박사방’ 사건을 “예견된 범죄”라고 규정하며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 자문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정말 제대로 된 ‘지옥’에서 살게 될 것이다. 지금이 정말 ‘국가위기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원·이도형 기자 g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