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미국·유럽 자존심 걸린 라이더컵마저 집어삼킬까

미국·유럽의 골프대항전 라이더컵은 양측의 자존심이 걸린 대회다. 2년에 한번씩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열리는데 1926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미국과 영국 선수들이 친선 경기를 하면서 유래됐다. 1927년에 미국의 매사추세츠의 위체스터에서 첫 대회가 시작된 라이더컵은 1939∼1946년 2차 세계대전으로 대회가 중단된 것을 제외하고는 빠짐없이 열렸다.

 

각팀 12명씩 출전해 사흘동안 실력을 겨루는 라이더컵은 지금까지 미국이 26차례, 유럽(1977년까지는 영국)이 14차례 이겼고 두 차례는 무승부였다. 통산 전적에서는 미국이 앞서지만 미국은 유럽 원정길만 나서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며 최근 6차례 원정에서 모두 패했다. 2018년 9월 프랑스 파리 남서부 일드프랑스의 르 골프 나시오날 알바트로스 코스에서 열린 라이더컵에서 유럽은 17.5-10.5로 미국을 완파했다. 미국은 2012년 대회 이후 6년 만에 라이더컵에 선수로 다시 출전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5·미국)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우즈는 4전 전패를 당해 미국팀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이에 미국은 올해 9월 25일부터 사흘간 미국 위스콘신주 휘슬링 스트레이츠에서 개최될 예정인 43회 라이더컵에서 트로피 탈환을 벼르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라이더컵마저 집어 삼킬 기세다.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거센 속도로 확산되자 라이더컵마저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기준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9000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5400명을 돌파했다. 스페인도 확진자 2만8000명, 사망자 1700명을 넘어섰다. 또 독일, 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빠른 속도로 코로나19가 확산중이다. 특히 대회가 열리는 미국도 확진자가 3만4000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450명을 돌파하며 맹렬한 기세로 번지고 있다.

 

이에 일부 외신에서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이어 PGA 챔피언십까지 연기돼 라이더컵마저 위태롭다는 보도가 나오자 유럽프로골프투어 고위 관계자와 미국 라이더컵 관계자들이 “아직 대회를 연기할 계획은 없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선수들은 회의적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세계랭킹 24위 폴 케이시(잉글랜드)는 23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라이더컵 연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전례가 없는 일이 아닌만큼 이번에는 연기하는 데 찬성”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실망스럽지만 상황이 변했다. 골프 대회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경제적 타격이 더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케이시의 말대로 라이더컵은 한차례 연기된 사례가 있다. 2001년 9월 29일부터 영국 벨프라이에서 열릴 예정이던 34회 라이더컵은 ‘9·11 테러’로 1년 뒤로 연기돼 2002년 9월27∼30일 같은 장소에서 치러졌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