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의 시간’(제작 싸이더스, 감독 윤성현)이 극장 개봉 대신 다음 달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을 결정했다. 지난달 베를린국제영화제 첫 상영에 이어 같은 달 26일 개봉 예정이던 영화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개봉일을 잠정 연기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사냥의 시간’은 다음달 10일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29개 언어의 자막으로 동시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23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리틀빅픽쳐스가 먼저 좋은 제안을 줬고, 우수한 콘텐트에 투자한다는 넷플릭스 기조에 따라 같이 가기로 했다”며 “이 정도 규모의 한국영화가 극장 개봉 없이 직행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영화의 해외 판권 계약 등을 담당한 국내 업체와의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사냥의 시간’의 해외 배급 및 영화제 출품 등 해외 세일즈를 담당하던 콘텐츠판다 측은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항의했다. 반면 리틀빅픽쳐스는 “가장 먼저 콘텐츠판다에 양해를 구했고, 거기에 따른 손해는 배상하겠다고 했다”는 입장이다.
리틀빅픽처스 권지원 대표는 23일 YTN Star를 통해 “‘사냥의 시간’은 일부 선판매가 진행됐고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개봉을 미루는 상태가 됐다”며 “개봉을 미루자니 추가적인 P&A 비용이 들고 경쟁이 치열해질 것 같았다. 고민을 하다가 어떻게든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사, 제작사, 감독 등에 동의를 받아 넷플릭스에 제안했고, 협상 과정에서 가장 먼저 콘텐츠판다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권 대표는 “국내 개봉을 못 하면 해외에서도 못한다. ‘사냥의 시간'은 우리가 그간 해온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큰 영화이고, 우리 같은 중소배급사에게는 회사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며 “(콘텐츠판다 측에) 코로나19라는 천재지변의 상황에서 극복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고, 거기에 따른 손해는 배상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대표는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받아주지 않았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대행을 맡긴 거니까 그걸 해지하고, ’사냥의 시간‘을 사간 회사들에 고지해달라고 했다. 또 우리가 판매된 회사에 메일을 보내 배상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콘텐츠판다 측은 중앙일보를 통해 “이미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까지 성사시켰고 해외 30여개국 세일즈를 완료한 상황에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를 당하게 돼 당황스럽다”며 “국제적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대응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