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 쿠데타’로 지목한 명단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14명의 검사 이름이 적혀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 전 국장은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2019년 기해년 검찰발 국정농단 세력, 검찰 쿠데타 세력 명단 최초공개”라는 글을 올렸다.
여기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수사를 지휘했던 여환섬 대구지검장과 ‘소윤’(작은 윤석열)으로 불린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이름이 적혀있다. 또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1·2·3차장으로 호흡을 맞춘 이두봉 대전지검장, 박찬호 제주지검장,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과 조 전 장관 가족 일가를 수사했던 송경호 여주지청장, 고형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 등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황 전 국장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에 나서면서 ‘이슈 몰이’에 나선 것으로 보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법무부 역시 개인 의견이라며 반응하지 않고 있다.
마산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황 전 국장은 2002년 사법연수원(제31기)을 수료하고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황 전 국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산하 사법개혁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신설하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후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인권침해감시단, 광우병 촛불집회 변호인단, 용산참사 철거민 변호인단으로 활동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민변 사무차장과 대변인 등을 지내기도 했다.
황 전 국장은 2012년 4월 시행된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서울 강동(갑) 후보로 국회의원에 도전했다. 당시 황 전 국장은 ‘저 깡패 아입니다, 민변 출신입니다’라고 적힌 포스터를 제작하고 선거운동을 벌였다. 여기에는 ‘검찰과의 전쟁’, ‘검찰개혁의 신’의 표현 등이 담겨있다.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 전 장관은 황 전 국장의 포스터가 ‘너무 재미있다’며 소셜미디어(SNS)에 퍼왔고, 황 전 국장을 “민변 핵심으로 맹활약했다. 채식주의자이면서도 근육질 축구광이다”라며 선거를 지원했다.
황 전 국장은 조 전 장관의 대학 후배며 사석에서는 조 전 장관을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낙선한 이후 재야에서 변호사 생활을 이어가던 황 전 국장은 문재인정부의 탈검찰화 정책에 따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2017년 9월 법무부 인권국장 자리에 오르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조 전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했고 조 전 장관은 취임 직후 열린 간부회의에서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을 구성하라는 첫 지시와 함께 황 전 국장을 단장으로 임명하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황 전 국장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황 전 국장이 물러선 이후 법무부 인권국장은 아직 공석이다. 법무부는 이달 말을 목표로 인권국장 선임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황 전 국장의 명단을 ‘법무부 블랙리스트’라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황 전 국장은) 법무부 검찰국장 물망에까지 올랐다가 추미애에 막혀 미끄러지는 바람에 옷 벗은 분으로 알려져 있다”며 “인권국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검찰의 핵심보직인 검찰국장 될 걸 예상하고 작성해 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새 장관 들어 검찰인사가 시작되면 그때 살생부로 활용하려고 작성해 둔 것이 아닐까. ‘형(조 전 장관)’의 복수를 하기 위해”라며 “팬덤만 믿고 조국 끄나풀들이 너무 설쳐댄다”고 비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