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하루 만에 7000명 이상 늘어 누적 3만명을 넘어섰다.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뉴욕주에 이어 워싱턴과 캘리포니아주도 중대재난지역으로 지정되고, 군 시설과 병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전쟁 중”이라며 “보이지 않는 끔찍한 적과 싸우기 위해 매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환자가 많이 나온 3개주에 주방위군 동원을 승인하면서 뉴욕주 1000병상 시설 4개소, 캘리포니아 2000병상 시설 8개소, 워싱턴주 1000병상 시설 3개소 등을 설치하라고 지시했다. 미 육군 공병단은 뉴욕주에서 임시 의료시설 건설을 지원하고, 미 해군 병원선(船)인 ‘머시’호는 로스앤젤레스(LA)에 배치된다.
미 존스홉킨스대학은 이날 오후 10시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3만3276명, 사망자는 417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2만6000여명에서 하루 새 7000명 이상 폭증하면서, 중국(8만1432명)과 이탈리아(5만9138명)에 이어 세번째로 코로나19 환자가 많은 국가가 됐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미국인 25만400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이 중 3만여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미국 전체 환자의 45%, 사망자의 27%가 나온 뉴욕주는 이날 오후 8시부터 70대 이상 노인 등 코로나19 취약층의 안전을 위한 ‘마틸다법’(Matilda’s Law) 시행에 들어갔다. 동시에 뉴욕주 ‘비필수’ 사업장이 폐쇄됐고 재택근무로 100% 전환됐다. 뉴욕주의 감염자는 1만5168명으로 우리나라, 스위스, 영국보다 많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모친인 마틸다 쿠오모(89)의 이름을 딴 마틸다법은 코로나19에 특히 취약한 70세 이상의 뉴요커 등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쿠오모 주지사는 “내 엄마 이름이 마틸다다. 모든 사람의 엄마, 아빠, 누나, 취약한 친구 등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다. 당신의 행동은 그들의 건강과 복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고령자는 일단 실내에 머물러야 하고, 운동할 때에는 혼자 밖에 나가는 것을 권유한다. 방문자의 발열 등 감기증상을 확인하고, 여러 사람이 있는 가정 방문을 가급적 삼가고 마스크를 꼭 착용한다. 특히 가족이나 친지 등은 위급상황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방문을 삼가도록 했다. 아울러 주변사람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사람들로부터 6피트(약 1.8m) 떨어지고 대중교통 이용을 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