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오리는 따뜻한 햇볕을 받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무거운 코트는 내려놓고, 가벼운 트렌치코트를 어깨에 걸치며 패션을 뽐낼 시즌이다. 하지만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늘 쓰고 다니느라 뭘 입어도 답답해 보이는 요즘이다. 더구나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때문에집에서 식사를 하거나 혼밥을 해야 한다.
어느 민족보다 먹고, 마시는 것이 삶의 낙인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고독한 시기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면역력을 높이고,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음식을 먹으며 나를 위한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안젤라의 마흔여섯 번째 푸드트립은 면역력을 높이는 미식이다.
#항산화물질 풍부한 토마토와 버섯
생면 파스타와 이탈리아 현지보다 더 맛있는 스테이크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송리단길의 트라토리아 콘메는 이탈리아산 생트러플과 버섯크림 소스인 포르치니로 맛을 낸 리가토니 파스타 ‘타르투포 풍기 에 살시치아’와 바질페스토와 케일로 영양소를 끌어올린 ‘엔초비 감베리 파스타’, 프라임급 살치살을 버섯, 토마토와 함께 구워낸 ‘비스테카’를 만들고 있다.
트러플은 세계 3대 진미로 선정된 버섯 중 하나로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감소시키고, 균과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는 안토잔틴이라는 파이토케미컬을 함유하고 있다. 오로지 밀가루와 계란으로 직접 뽑은 생면 파스타이기에 녹진한 소스는 더 많이 흡수하고, 배 속에서 소화는 더 잘 된다. 최병준 셰프가 운영하는 트라토리아 콘메(Trattoria Conme)는 이탈리아어로 ‘나와 함께’라는 뜻의 콘메와 편안한 가정식이라는 뜻의 트라토리아를 합친 이름이다.
#면역세포 강화 꽈리고추·아스파라거스·올리브
어릴 적 공책 맨 앞장을 펼쳐보면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연두색 종이가 있었다. 초록색은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도 하지만, 그린푸드에는 인돌, 루테인, 퀘세틴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어 염증을 방어하는 면역세포를 강화시켜 준다. 대표적인 식재료는 꽈리고추, 올리브, 아스파라거스 등이다.
서울 논현동의 육일점에서는 이런 그린 푸드를 고기 기름에 함께 구워준다. 테이블에 화로가 있는 구조가 아니라 이동할 수 있는 개인용 화로에 돼지고기를 직접 구워주는데, 삼겹살을 프랑스 저온 조리법으로 익힌 수비드 삼겹살, 돼지 한 마리에 5%만 나오는 특수부위 뼈삼겹살, 껍데기를 분리하지 않은 오겹살, 가브리살, 목살, 꽃갈매기살, 항정살을 맛볼 수 있다. 뭐든 구우면 맛있어진다고 하지만, 돼지고기를 구운 기름에 아스파라거스와 올리브, 꽈리고추를 함께 구우면 더 고소하고 부드러워진다. 사전에 예약을 하면 독립된 룸에서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코스로 먹을 수 있는 돼지 오마카세 코스도 선보이고 있다. 맑은 돼지국밥, 양념한 돼지고기가 두툼한 제육김밥과 함께 후식 돼지바가 함께 나오는 것이 인상적이다.
#양배추·부추·마늘·고추 듬뿍 넣은 순대볶음
예나 지금이나 떡볶이 다음으로 많이 먹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는 순대가 아닐까. 수업을 마치고 학교 앞에서 사먹는 500원짜리 컵볶이와 떡볶이 소스를 뿌린 순대는 최고의 힐링푸드였다. 어른이 되고 나니 커다란 은색 그리들에 순대, 내장, 양배추, 부추, 쫄면을 푸짐하게 올려 볶아 먹는 순대볶음은 최고의 술안주이자 한 끼 식사가 되었다.
서울 신림동 순대타운 2층과 3층은 오로지 순대볶음만 파는 식당으로 가득 차 있다. 그중에서 전라도 시네마라는 순대볶음 전문점은 풋고추, 홍고추, 간마늘을 양껏 넣은 고추장 양념으로 애주가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기름에 지글지글 볶은 순대는 껍데기 없이 찹쌀로만 만들었고, 아삭한 양배추는 씹기 좋게 숨이 죽는다. 그 위에 보기만 해도 파릇파릇해지는 부추를 올려 마무리하는데 깻잎에 고추장 양념에 찍은 순대 한 점과 양배추, 부추, 깍두기 한 점을 같이 올려 싸먹으면 이만한 힐링푸드가 없다. 실제로 마늘은 타닌 성분이 있어 항산화와 항염에 이롭고, 홍고추는 라이코펜을 함유해 역시 항산화 작용에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때문에 식당을 찾는 것이 꺼려진다면 전화로 주문해 집에서 택배로 받을 수도 있으니 코로나19에게 먹는 즐거움까지 빼앗기지는 말자.
김유경 푸드디렉터 foodie.angel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