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휴원 권고 → 관리모드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제력 동원

정부, 지침 위반 땐 집합금지명령 / ‘제한적 허용시설’ 지정된 지역 내 학원 / 이용자 간 간격 1∼2m 이상 유지해야 / 어기면 강제휴원·벌금·손배청구 조치 / 개학일 전 집단감염 위험 최소화 의지 / 학원 “최대한 수용”… ‘간격유지’엔 난색 / 정부, 4월6일 전 마스크 2067만장 준비 / 일각 “학교마다 사정 달라…우려해소 난망”
24일 서울시내 학원가의 모습. 뉴스1

정부가 이용자 간 간격 유지 등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학원에 대해 강제로 문을 닫는 집합금지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그간 정부가 학교 휴업기간 중 학원 휴원을 권고해왔지만 그 실효성이 떨어지자 강제력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교육부는 24일 ‘학교 안팎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추진한다며 “학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필수방역지침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지침을 위반한 곳은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집합금지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자체가 학원을 ‘제한적 허용시설’로 지정한 곳에 한해 이뤄진다. 현재 전북도, 서울시, 경기도가 학원을 제한적 허용시설로 지정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가 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10%대 학원 휴원율에 교육부 ‘으름장’

 

제한적 허용시설로 지정된 지역 내 학원은 종사자·이용자 전원 마스크 착용, 이용자 간 간격 최소 1∼2m 이상 유지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보건복지부 지침을 지켜야 한다. 지침 위반 시 집합금지명령이 떨어지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벌금 300만원이 부과된다. 확진자 발생 시 입원·치료·방역비 등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사진=뉴시스

학원 측은 정부 방역지침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면서도 일부 지침 내용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용자 간 간격 유지의 경우 일부 학원 여건상 지침 준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학원총연합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그에 따라 내려오는 지침도 따르겠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면서 “이용자 간 1∼2m 간격을 유지하는 내용에 대해선 고3 수험생이나 재수생이 다니는 대형학원이 보통 대규모 강의를 운영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부가 학원 관련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건 오는 4월6일 예정된 개학일 전 집단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겠단 목적과 함께 그간 정부 권고에도 불구하고 최근 많은 학원이 운영을 재개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책이다. 실제 서울의 경우 최근 휴원 중인 학원이 10곳 중 1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11.3%로 지난 20일(26.8%) 대비 15.5%포인트 하락한 모습이었다. 학원총연합회도 “학원 휴원은 더 이상 코로나19 예방책이 될 수 없다”며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체 방역계획을 발표한다.

방역실태 현장 점검 24일 서울 성동구 한 학원에서 성동구청 직원(오른쪽)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다중이용시설 방역실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인력·공간 문제로 학교방역 한계

 

교육부는 의심 증상자 격리 장소 마련, 등교시간 분산 등 학교 개학 전후 준비사항을 담은 ‘코로나19 감염예방 관리 안내’ 지침을 전국 학교에 배포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지침에 따르면 학교별로 개학 후 확진·유증상자 발생 시 즉시 쓸 수 있는 보건용 마스크를 준비해야 한다. 교육부는 개학 전까지 보건용마스크 758만장을 비축한단 계획이다. 현재 준비된 보건용마스크는 377만장이다. 이밖에 이상 징후가 없는 학생, 교직원이 쓸 면마스크도 1인 2장 이상 보급될 수 있도록 개학 전까지 2067만장을 준비할 예정이다. 또 학교는 교육부 지침에 따라 다음주부터 매일 학생 개개인의 건강상태 확인에 들어가게 된다.

24일 광주 동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교실 내 학생 간격을 확보하기 위해 책상의 위치를 조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지침으로 개학 이후 학교 내 집단감염 가능성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 보긴 어렵다. 학교마다 인력, 공간 사정이 다르기에 학생·교직원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정도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 당장 교육부는 ‘교실 내 좌석 간 간격 최대 이격’을 주문하지만 학급당 인원에 따라 1m 간격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학교도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교실을 분반한다든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조치는 지금 당장 실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오전·오후반 2부제나 격일제 등교 등 방안도 검토했지만 학교 여건상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학 이후 학교 내 확진자 발생 시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급, 학년 혹은 학교 전체에 대해 2주간 등교중지 조치를 내린다는 게 교육부 방침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학교 안팎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이런 사정 때문에 여전히 4월6일 개학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 차관은 “4월6일 개학을 현재 속단하긴 어렵다”며 △코로나19 확산세 △확진자 치료체계 완비 수준 △개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 △학교 내 방역물품 준비 등 4개 기준으로 개학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병율 차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신규 확진자 중 해외 유입 관련 사례를 제외한 지역 내 확진이 최근 일정 수준 이하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결국 4월6일 개학 여부는 현재 진행 중인 정부 주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의 성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