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n번방’ 대부분 학생이거나 무직… 겉으론 다들 평범"

강원청 사이버수사대장 “20년 경찰 생활하며 이런 심각한 범죄는…”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미성년자가 포함된 여성의 성착취물을 판매·유통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얼굴을 드러낸 가운데 ‘n번방’ 운영진을 처음 검거한 강원경찰청 관계자는 “검거한 운영진들은 10~20대 초반으로 내성적인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텔레그램에선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또 성착취물을 구매하려던 남성이 반대로 협박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도 전했다.

 

◆“대부분 학생이거나 무직… 겉으로 보기엔 특이점 없어”

 

전형진 강원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년 경찰 생활하면서 여러 가지를 많이 보지만 (성착취물 가학 수준이) 이 정도까지 심각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희가 검거한 (운영자, 가담자들) 연령대를 보면 1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10~20대는 학생이거나 직업이 없거나 그런 사람들이었다. 30대는 ‘와치맨’하고 ‘켈리’(‘n번방’ 운영자)가 30대였는데 ‘와치맨’은 IT(정보기술) 관련 업종 종사자였고. 켈리는 무직이었다”고 밝혔다. ‘박사방’ 조씨도 대학에서 정보통신학을 전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 수사대장은 “(이들은) 겉으로 볼 때는 특별하게 평상시 행동에 있어 특이점이라든가 이런 걸 찾을 수 없다”며 “피의자 중에서 어떤 사람 같은 경우는 ‘평상시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볼 때는 상당히 조용하거나 내성적인 사람으로 자기를 알 것이다. 그런데 자기가 텔레그램에 들어가서는 정반대의 어떤 모습을, 행동했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구매했던 남성도 신상 털려… 피해자 될 수 있어”

 

전 수사대장은 성착취물을 구매했던 남성이 협박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일부) 남성들도 박사에게 (성고문) 영상이나 자료를 얻으려고 접촉을 했다가 도리어 신상을 털려서 협박을 받았다”며 “박사한테 이용을 당한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성들이) 그냥 (불법 영상물을) 관전이라든가 아니면 구매한다든가 자기는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자기 역시 그 범죄에 방조 역할도 하고 있고, 또 다른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수사대장은 텔레그램 본사로부터 수사 협조에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그는 “저희가 (운영진을) 검거한 사례를 보시다시피 텔레그램이라고 해서 검거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지방 경찰청에서) 텔레그램 본사 측하고도 접촉을 해서 관련 정보를 계속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 성착취 영상물 같은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강력하게 단속을 하는 범죄”라며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저는 추측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경찰청 차원에서 각종 수사 기법을 활용해 수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