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다음부터 안 하면 됩니다.”
경북의 한 인터넷 아빠모임 카페에 ‘n번방’ 사건과 같은 성 착취물을 본 이용자를 감싸는 취지의 글이 올라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게시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공분을 샀다.
지난 20일 이 카페에는 ‘혹시 n번방 구매나 다운하신 분 있냐’는 제목의 A씨 글이 게시됐다. “현재 (n번방과 관련해) 적발되는 분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SNS 구매와 토렌트 다운으로 인해서다”라며 “토렌트는 알다시피 다운과 동시에 업로드 돼 소지죄와 유포죄가 동시에 적용된다. 지금이라도 삭제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면서 “야한 영상을 보는 건 남자의 당연한 생존본능이다”며 “혹시 관련된 분이 계시면 잊고 살라.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다음부터 안 하면 되는 거다”라고 했다.
SNS 등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접한 사람 대부분 공분했다. “피해자가 자기 딸뻘일 수도 있다”, “영상이 죄다 미성년자를 가학하는데 실수라니 말이 안 된다”, “아빠모임 카페라니 너무 놀랐다”는 등의 비판적 의견도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문제의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진 A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게시글 전체가 아닌 일부가 잘라진 채 웹사이트에 나돌면서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른 웹사이트에는 올라오지 않은 제 마지막 글이 핵심문장이다”면서 “n번방 범인이 잡혔는데 20대이고 나쁘다는 의미의 글이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 할 수 있다’는 말도 n번방 관련 링크를 무심코, 혹은 실수로 들어간 사람은 불안해하지 말라는 뜻에서 한 말이다”며 “‘안 하면 되는 거다’는 여성 피해자들이 더 이상 힘들지 않게 호기심 갈 만한 자극적인 링크가 있더라도 들어가지 말라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야한 영상을 보는 것은 남자의 당연한 생존본능이라는 글로 모든 남자가 이런 영상을 보는 것처럼 매도한 것으로 느껴지게 한 부분은 사과드린다”며 “문제가 될 만한 글을 작성한 점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n번방’은 휴대전화 메신저인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성 착취물을 유포한 사건을 말한다. ‘n번방’과 ‘박사방’ 등의 운영자는 자신들이 소장한 불법 음란물에 가격을 붙여놓고 구매자를 끌어모았다. 피해자는 대부분 미성년자와 성인 여성으로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한 것이 대부분이다.
‘박사방’ 운영자는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5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조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n번방’의 시초인 ‘갓갓’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수사가 한창이다. ‘갓갓’으로부터 운영권을 받은 ‘와치맨’은 지난해 9월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