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이라고?’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한국의 군사력을 ‘세계 6위’라고 평가한 발언에 살짝 의문을 품은 이가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5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한 기념사에서 “정부는 강한 군대, 철통같은 국방력을 바탕으로 강한 안보와 평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정부는 지난 3년간 국방예산을 대폭 확대해 올해 최초로 국방예산 50조원 시대를 열었고, 세계 6위의 군사강국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정부 3년 만에 11위→6위 ‘수직상승’
일단 문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최근 발표 내용에 토대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GFP는 매년 세계 각국의 전차, 함정, 전투기 등 동원 가능 전력뿐만 아니라 인구수, 경제력, 국방비 등 전쟁 수행능력도 합산해 군사력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다. 올해도 세계 138개국의 군사력을 평가해 최근 순위를 공개했다.
이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GFP는 한국에 대해 “국방예산이 50조원을 넘고 정규 지상군 58만명, 예비군은 310만명, 전차 2614대 등 막대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만 해도 GFP 평가에서 한국의 군사력 순위는 세계 11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3년간 국방예산을 대폭 확대했다”는 문 대통령 말처럼 지난 3년간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던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군사강국 순위에선 영·불·독보다 높지만…
물론 현재 쓰고 있는 국방예산 등을 토대로 매긴 군사력 순위가 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일례로 유럽의 전통적 강대국인 프랑스(7위), 영국(8위), 독일(13위)이 한국보다 순위가 낮게 나온 점은 GFP 평가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프랑스와 영국은 나란히 핵무기 보유국이다. 두 나라는 한국은 없는 항공모함도 갖고 있다. 두 나라와 독일은 최첨단 전투기를 생산할 능력도 있다.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국방비 지출을 해마다 줄여 지상군 규모 등은 한국보다 작아졌지만 전반적인 전투력은 한국군보다 더 낫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 18위→25위 추락… “그래도 방심 금물”
이처럼 GFP 평가가 최근의 국방비 액수를 중시하다 보니 지난해 18위였던 북한은 올해 25위로 ‘추락’했다. GFP는 북한의 국방예산이 한국의 3.6%에 불과한 점, 북한의 화폐가치가 한국의 1.9%에 불과한 점, 영양결핍 인구 비율이 전체의 47.8%에 이르는 점 등을 토대로 이처럼 ‘박한’ 순위를 매겼다.
하지만 한국군(6위)이 정말 북한군(25위)보다 19단계나 높을 정도로 실력이 월등하냐 하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일 이는 많지 않을 듯하다. 북한의 정규군은 128만명으로 한국의 2배가 넘는다. 전차 수도 북한이 6045대로 한국(2614대)의 2배가 훨씬 넘는 규모다.
더욱이 북한은 연일 동해상으로 초대형 방사포, 탄도미사일 등 신형 무기를 쏘아대며 한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은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있으며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을 바닷속에서 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와 미국 서부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