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가해자들의 ‘타깃’된 트위터… ‘일탈’ 게시물 여전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고 텔레그램 방에 공유한 ‘n번방 사건’의 일부 가해자들은 트위터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라온 글을 통해 피해자들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에는 자신의 신체 일부 사진을 올리고 ‘일탈’, ‘섹트’ 등 해시태그를 달아 관심을 끄는 일명 ‘일탈계’ 활동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들을 범행대상으로 노린 것이다.

 

이들은 SNS의 ‘익명성’에 기대 선정적인 사진들을 과감히 올리지만 ‘n번방’ 운영자 ‘갓갓’ 등은 ‘가짜 사이트’를 악용해 게시자의 개인정보를 캐낸 뒤 “네가 일탈한 행동들과 신상정보를 안다. 시키는 대로 하면 알리지 않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트위터에는 여전히 ‘일탈계’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부분 게시물에는 얼굴이 노출되진 않았지만 속옷이나 신체 일부를 노출하거나 자극적인 글로 사람들의 ‘관심’ 표시를 유도하고 있었다. 일부 게시물은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트위터에 ‘일탈’이란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만 지난 26일 기준 40여개가 넘게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같은 트위터 게시물을 올리는 게시자들 중에는 미성년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달 트위터에 올라온 일명 ‘일탈계’ 게시물들. 트위터 캡처

◆그들은 왜 SNS에 ‘일탈’ 게시물을 올리나

 

취재진이 ‘일탈’ 게시물을 올리는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 인터뷰를 요청한 결과 1명에게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트위터에 신체적 노출이 있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이유에 대해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기분에 야한 사진을 올린다”고 답했다. 이런 게시물이 유행처럼 번진 것에 대해서는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유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탈계 게시물을 올린 이들 상당수가 수백에서 수천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이들은 성적 호기심이 높고, 이성과 만나고 싶고, 여러 가지로 자극에 민감하고,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게 그 세대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진을 올리는 아이들에게) ‘왜 그러고 싶었어’ 물어보면 ‘간직하고 싶었다’고 얘기하더라. 본인의 성장 사진을 찍어두고 싶은 욕구도 있는데 이런 건 잘못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이런 특징을 범행에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며 “아이들도 사진을 올릴 때 공개할 것과 비공개할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의식이 나타났던 소라넷 등 커뮤니티들이 수사기관의 단속으로 활동이 위축되면서 SNS로 넘어온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온라인의 익명성, 광역성 등 특징에 따라 본인들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 곳으로 옮겨갔다고 볼 수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에 성매매와 관련된 게시물을 올린 사람도 있고 개성을 표현하거나 많은 사람들에 주목을 받기 위해 게시물을 올린 사람도 있을 것인데 가해자들은 이같이 결핍이 있어 상대적으로 명령에 따를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물색해 범행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체 모니터링·신고 통해 단속하지만 너무 방대…지난해 6개월간 트위터 24만여개 계정 영구정지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오는 성적인 게시물들은 자제 모니터링이나 사용자들의 신고를 통해 제재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게시물의 양이 너무 방대해 현장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위탁을 받은 ‘다시함께상담센터’는 1000여명의 인터넷시민감시단을 운영하며 포털사이트, SNS 등에 올라온 성적인 게시물, 성매매 게시물 등을 찾아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SNS 운영사 등에 신고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단체가 SNS 모니터링을 통해 적발해 신고한 음란게시물은 2만6664건에 달한다.

 

서울시 여성권익담당과 관계자는 “신고를 통해 삭제까지 이뤄져도 다른 아이디를 활용해 계속해서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계정 자체를 제재하는 걸 운영사에 건의하는데 일반 사이트에 비해 SNS에 올라온 게시물은 양이 방대하고 제재 과정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투명성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아동 성착취 관련 규정 위반으로 영구정지 조치된 계정은 24만4188개에 달했다.

 

선정적 게시물을 제재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트위터는 동의 없이 촬영된 신체 노출 게시물과 미성년자의 성 착취를 묘사 또는 조장하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모니터링과 신고 등을 통해 삭제조치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이 신체 일부 사진을 자발적으로 올렸다면 삭제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는 “여성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가슴사진을 삭제 조치한 페이스북 측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미성년자 게시물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둔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트위터는 공공 대화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고 그 일환으로 서비스에서 ‘아동 성적 착취(CSE)’ 퇴치에 대한 무관용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다”며 “아동 성적 착취를 묘사하거나 홍보하는 모든 내용은 트위터에서 금지하고 이를 홍보하는 자료를 생성, 공유한 원본 게시자로 확인된 계정을 즉시 영구적으로 정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영상= 이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