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확진자가 강남 클럽에 가서 전염시켜 강남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도 가만히 있을 겁니까?”
제주에서 닷새간 여행한 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를 ‘선의의 피해자’로 규정한 정순균(69) 강남구청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 구청장이 모녀의 제주 입도 당시 증상이 없었다고 한 데 대해 배종면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이날 “미국 유학생 A씨가 지난 20일 증상이 발현했다는 사실은 제주도가 새로 알아낸 것이 아니라 강남구청이 알아내 결정된 것임을 분명히 하겠다”며 “A씨는 강남구 확진자로 역학조사의 책임도 강남구에 있다”고 반박했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나서는 상황에서 누리꾼들도 정 구청장의 ‘감싸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가 왜 그 유학생이 강도 높은 수업으로 힘들어서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다가 제주도에 갔다는 쓸데없는 얘기까지 들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정 구청장은 모녀 확진자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그는 이날 “저의 발언이 진의와 전혀 다르게 논란이 되고, 제주도민을 비롯한 국민과 강남구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앞으로) 심기일전해서 강남구민들 건강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8∼29일 잇따라 발생하자 구청 측이 출입구와 주차장, 엘리베이터 방역에 이어 2개동 주민 모두에게 검체 검사를 받도록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 구청장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입국한 분들은 입국 후 반드시 증상 유무에 상관없이 사흘 이내에 검사를 받고, 2주간의 자가격리 생활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