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9일(현지시각) 기준 12만명을 넘어선 미국에서 최근 들어 예방 차원의 방역 마스크 착용이 늘어나고 있어 관련 소비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최대의 온라인상거래 업체 아마존닷컴에서 한국산으로 둔갑한 짝퉁 마스크(사진)가 판매되고 있단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9일 한 누리꾼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 아마존 사이트에서 한국인이 읽어도 알 수 없는 한국어가 쓰여 있는 마스크를 발견했다”며 “지금 현재 미국에서 한국 마스크가 인기있단 점을 이용해서 인구 최강국(중국)에서 이렇게 팔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방역용 마스크를 의미하는 ‘KF94’가 찍힌 ‘늘주른’이란 품명의 마스크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KF란 ‘코리아 필터’(Korea Filter)의 약자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건용 마스크로 성능을 인증한 마크다. 94가 붙은 것은 미세먼지 중 84% 이상 입자를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단 늘주른이란 상품명부터 생소하다. 게다가 이 마스크의 포장지 앞면엔 ‘미세먼지 차단’, ‘4중구조’, ‘밀착성 반드고리’, ‘식약처 히가’, ‘국내 생산’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데, 이 가운데 반드고리는 ‘밴드(Band)고리’를 히가는 ‘허가’를 각각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국내 생산’이라고 상품 겉면에 표기한 점도 이상해 보인다.
제품 뒷면에는 맞춤법이 대거 틀린 한국어가 명시되어 있는데,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엉터리 국어의 일례로 착용방법과 관련해 ‘다스크가 코와 터를 검해도록 안면대 다초다’, ‘마라꼰용 고라이 금어 무기를 고량서진다’ 등이 기재돼 정확한 뜻을 파악할 수 없다.
원료 또한 ‘팔테(부직포), 공간지(부꼭회)관(고정용(품러우리던나일론끈) 삔(종리프로그전파찰사, 고리(돌리스막ABS고리)로 표기돼 엉망이다.
또한 제품명은 ‘퍼품명’으로 잘못 기재돼 있고, 앞면의 늘주른 대신 ‘상푸른’이라 나와있다. 이들은 ‘늘푸른’의 오기로 보인다.
무엇보다 뒷면에 표기된 대로 부직포 마스크라면 국내에서는 원산지 대상 물품에 대한 표시 위반 등을 명시한 ‘대외무역법 33조 4항’의 적용을 받아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명백한 위법행위를 자행한 꼴이 된다.
정부 지정 코로나19 마스크인 ‘kf94·방역용’ 혹은 ‘kf80·황사용’은 모두 입자 차단 성능이 있어 입자성 유해물질이나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 필터가 포함돼 있다. 이와 달리 부직포 마스크에는 이런 필터가 없어 상대적으로 방역 및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
한편 이날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현지 확진자는 12만5227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이탈리아 9만7689명과 중국 8만2122명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달 중순부터 하루 평균 1만여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미국은 최근 방역용품 구비에 비상이 걸렸는데, 특히 비말 감염의 가능성 차단을 위한 방역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가 일상적으로 나온다.
실제로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8일(현지시각) ‘보다 많은 미국인이 코로나19로부터 보호 받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람들도 외과용 마스크 혹은 스카프라도 써야 할 지를 묻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필수 사업장에 종사하거나 날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강한 이들도 정기적으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추세에 최근 미국에선 마스크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기준 아마존에선 kf94 마스크는 10장에 30.99달러(한화 약 3만7947원, 1장당 3790원), 30장에 89.99달러(한화 약 11만1927원,〃 3730원)에 판매되고 있다.
실제로 아마존에서 kf94 등을 검색하면 한국산 마스크가 다수 검색된다.
장혜원 온라인뉴스 기자 hodujang@seg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