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돕고 꺼져가는 경기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에 이어 정부가 소득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합산 지원금 차이가 커 지역간 위화감이나 형평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같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지원금이지만 거주지나 소득수준에 따라 정부·광역·기초지자체로부터 3중 지원을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한 푼도 못받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3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 등 상당수 광역지자체와 일부 기초지자체는 ‘재난기본소득’과 ‘긴급 재난생계비·생활비’, ‘생활안정지원금’ 등 명목으로 일정 소득 수준 이하의 주민을 대상으로 선별 지원하거나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현금지원을 해주는 광역·기초지자체에 거주하는 시민의 경우 조건에 따라 정부 지원까지 3중 지원을 받는 셈이다. 광역지자체 중 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씩 주기로 한 경기도에서 그럴 수 있다. 예컨대 경기도의 31개 시군 중 전날까지 포천시(시민 1인당 40만원 지급)를 포함해 화성시(〃20만원), 이천시(〃15만원), 광명시(〃5만원) 등 11곳이 5만∼40만원의 추가 기본소득 지급방침을 밝혔다. 같은 경기도민이라도 어디 사느냐에 따라 4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하위 70%인 포천시민은 정부(100만원)와 도(40만원), 시(160만원) 지원금 합쳐 300만원을 받는 반면 소득하위 70%에 들지 않는 어떤 경기도민은 도 지원금 40만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도민도 포천시처럼 추가 기본소득을 주지 않는 곳에 살면 140만원만 받아 포천시민과 160만원 차이가 난다. 이와 관련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54)씨는 “선별지원금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시는 중위소득 100% 이하 191만 가구 중 기초생활수급비, 실업급여 등 기존 정부지원을 받는 73만 가구를 제외한 117만7000가구에 4인가구 기준 50만원의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키로 했다. 자치구별 추가 지원금은 없어 중위소득 100∼150% 사이의 시민은 정부 지원금만 받게 된다.
코로나 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경북도 역시 재원 부족으로 중위 소득 85% 이하 가구 중 각종 정부지원에서 제외된 33만5000여가구에게 지역 화폐로 가구 당 최대 8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산하 기초지자체 가운데 추가 지원책을 내놓은 곳은 없다.
직장인 강모(33·포항시 북구)씨는 “경북은 특히 경제가 마비될 정도로 경기가 나쁘다”면서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똑같은 금액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별재난지역인 대구의 경우 시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50만(1인가구)~90만원(5인 가구 이상)을 지급하는 것과 관련, 한 50대 자영업자는 “지금은 평상시와 다른 때다. 일부 정말 돈 많은 분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힘든 때인데 (지자체 사정에 따라 다른) 지원방식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영용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장은 “재난기본소득의 선별 지급을 통해 생겨나는 국민 상호간의 위화감은 물론, 지원자 신청과 대상자 심사 등을 위한 행정비용과 행정력 낭비가 크다”며 “차라리 전 국민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수원·인천·포항=오상도·강승훈·배소영 기자, 김유나 기자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