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 맡은 오덕식 판사 교체…법원 “담당 재판장이 재배당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교체 요구하는 법원 연좌시위까지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음. 세계일보 자료사진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벌어진 ‘n번방 사건’으로 기소된 10대 재판을 맡은 판사가 다른 인물로 교체됐다.

 

해당 판사가 2018년 가수 고(故) 구하라씨에 대해 불법 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씨의 1심 재판에서 불법 촬영 혐의를 무죄로 판단, ‘성인지 감수성 논란’에 휘말린 점을 근거로 교체를 촉구한 목소리가 이어진 점 등이 이유로 보인다.

 

30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n번방 사건’의 피고인 중 한 명인 이모(16)군의 담당 재판부가 오덕식 부장판사가 맡은 형사20단독에서 해당 재판부의 대리부인 형사22단독(박현숙 판사)으로 바뀌었다.

 

법원은 “국민청원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 담당 재판장이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담당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했다”며 “이에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에 따라 위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성인지 감수성 논란에 휘말렸던 오 판사가 이군의 재판을 맡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n번방 사건 재판에서 오덕식 판사를 제외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이날까지 41만명이 넘는 누리꾼의 서명을 받았다.

 

재판부를 다른 판사로 교체해달라며 이날 민중당 당원과 유튜버 등이 법원종합청서 1층 로비에서 “오덕식 판사를 교체하라”는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판사 교체 요구가 잇따르는 등 논란이 불거진 사정을 고려해 오 판사가 스스로 이군의 재판을 다른 재판부에 배당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30일로 예정됐던 이군의 첫 공판은 열리지 않았다. 재판부 교체와 별도로 검찰이 공범 관계인 조씨의 혐의와 관련한 추가 수사와 기소를 위해 기일 연기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한편, n번방 사건은 1번부터 8번까지 각각 다른 이름이 붙여진 8개의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서 방마다 서로 다른 피해 여성들의 신상정보와 성 착취물이 올라온 데서 붙었다. ‘박사방’은 ‘박사’라는 닉네임을 가진 조주빈(24)이 운영한 데서 붙은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의 이름이다.

 

조씨에 앞서 재판에 넘겨진 이군은 박사방 운영진으로 출발해 별개의 성 착취물 공유방을 만들어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군은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텔레그램에서 ‘태평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