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은 오페라·발레... 안방서 클릭클릭!

온라인 공연 나선 세계 유수 예술단체들 / 코로나 팬데믹에 보물창고 활짝 열어 / 볼쇼이 발레단 사상 첫 디지털 공연 /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공개 / 쌍벽 마린스키극장도 작품 공개 확대 / 英 로열·파리 오페라하우스도 동참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일상이 위협받는 시대에 등장한 위안거리는 온라인 공연 감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세계 공통의 지침은 ‘집에 머물라’. 공연계도 그동안 아껴놨던 작품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며 인류 전체의 문제가 된 코로나19 극복에 호응하고 있다.

실황 공연의 감동과 저작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작품 온라인 공개에 까다로웠던 자세를 바꾼 대표적 예술단체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악단과 발레단을 가진 볼쇼이 극장이다. 1776년 설립 이후 최초로 전막 공연을 유튜브에 올리기로 지난달 27일 전격 결정했다. 세계 최고 공연단체로 손꼽히는 자신들의 발레와 오페라 대표작 6편으로 구성된 ‘골든 컬렉션’을 28일부터 4월 10일까지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코로나 19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들의 보물창고를 열어젖힌 격이다. 볼쇼이극장은 이러한 변화가 코로나19 때문에 벌어진 일임을 감추지 않았다. 그 자신도 호흡기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블라디미르 우린 볼쇼이 극장 대표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극장을 폐쇄하는 이런 상황에 직면해 본 적이 없지만 관객과 관계를 잃고 싶지 않았다. 비록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는 없지만, 디지털로 공연을 공유하게 되어 기쁘며 이러한 공연이 사람들의 용기를 북돋워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볼쇼이 극장의 보물은 이미 두 편이 공개됐는데 발레단이 자랑하는 최고의 발레 명작 ‘백조의 호수’와 ‘잠자는 숲속의 미녀’다. 특히 ‘발레의 여신’으로 명성 높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주연한 무대는 세계 발레팬을 기쁘게 했다.

볼쇼이극장 사상 첫 온라인 작품 공개는 매번 러시아 시각으로 오후 7시, 우리나라 시간으로는 다음 날 새벽 1시 유튜브에 공개되며 24시간 동안만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 날짜로 2일 오페라 ‘차르의 신부(2018년)’, 5일 발레 ‘마르코 스파다(2014년)’, 8일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2019년)’, 11일 발레 ‘호두까기 인형(2014년)’이 공개된다.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곱사등이 망아지’.

볼쇼이극장과 쌍벽을 이루는 러시아 마린스키극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온라인 작품 공개에 적극적이다. 자신들의 웹방송국 마린스키TV(mariinsky.tv/e)에서 꾸준히 대표작을 공개해왔다. 러시아 정부가 공연장 방역 폐쇄를 결정하자 마린스키극장은 온라인 작품 공개 확대를 선언했다. 볼쇼이극장처럼 공개 당일 저녁 7시부터 24시간 동안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데 지난달 29일 러시아 민화 ‘곱사등이 망아지’를 발레화한 고전 작품 ‘곱사등이 망아지’를 선보인 데 이어 명장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가 차이콥스키 교향곡 2, 5번 연주회, 3막 발레 ‘청동기마상’, 카미유 생상의 오페라 ‘삼손과 델릴라’ 등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파리 오페라하우스의 ‘돈 조반니’.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도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폐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작품 온라인 공개를 선택했다. 그 첫 작품으로 프로코피에프가 1936년에 완성한 음악 동화를 발레로 만든 ‘피터와 늑대’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로열 발레단 출신 무용수이자 배우와 가수로도 활동한 매슈 하트가 안무를 맡은 작품이다. 2010년 공연 영상인데, 세계 무용계 최고 스타인 우크라이나 출신의 발레리노 세르게이 폴루닌이 카리스마 넘치는 늑대를 맡았고, 영화 ‘반 헬싱’, ‘마인드헌터’ 등으로 낯익은 배우 겸 댄서 빌 켐프가 할아버지 역할과 내레이션을 겸했다. “세계적으로 공연이 취소되는, 이 불확실한 시기에 모든 가정에 오페라와 발레를 선사하기 위해 무료로 콘텐츠를 공개한다”는 로열오페라하우스는 3일에는 헨델의 오페라 ‘아시스와 갈라테아’, 10일에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시 판 투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러시아 볼쇼이·마린스키극장,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파리 오페라하우스 역시 지난달 17일 주요 공연 온라인 중계를 선언했다. 지난달 23일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 이어 30일 발레 ‘백조의 호수’를 선보였으며 6일부터 12일까지는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를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