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곱창 요리
소 곱창은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특유의 식감 덕분에 정말 여러모로 사랑받고 있다. 오래전 어머니의 친구가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했다. 소 곱창은 그때나 지금이나 가격이 비싼 것은 변화가 없는데, 자주는 아니지만 어머니가 마장동으로 ‘마실’ 나갈 때에는 집에서 소 곱창을 원 없이 먹던 추억이 있다. 살짝 노릿한 냄새와 자글거리는 기름, 길쭉한 곱창이 갈색을 띠며 단단하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군침이 저절로 났다. 요즘처럼 다양한 레시피가 없던 시절이라 쫄깃쫄깃하다기보다는 살짝 질긴 느낌의 소 곱창이었지만 씹는 즐거움과 고소한 곱, 찍어 먹던 참기름의 향은 지금 까지도 진하게 기억이 난다.
#순댓국과 내장 식육의 역사
돼지 내장이 들어가는 요리 중 대표적인 것이 순대와 순댓국이다. 돼지 내장에 속을 채워 쪄서 먹는 순대는 역사가 깊어 1800년대의 ‘규합총서’에 만드는 법과 먹는 법이 상세히 적혀 있다. 아마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동물의 내장 속에 재료들을 넣고 먹어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순댓국의 역사는 1924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처음 등장한다. 지금처럼 돼지의 순대가 들어간 요리는 아니었고 돼지 내장과 우거지를 푹 고아 만든 국으로 통칭 순댓국이라 칭했다.
수렵과 채집의 시대를 빼더라도 내장의 식육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었다. 지금 같은 현대의 축산업이 있기 시작한 것은 약 18세기부터이며, 그 이전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야생동물을 가축화한 시대는 신석기 시대로 유추한다. 소나 돼지들을 도축하면 살코기와 뼈 이외에도 상당량을 차지하는 부위가 내장이다. 요즘처럼 가축 사육이 체계적이지 않은 시대여서 당시 도축한 고기들이 고품질일 리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 시대에 내장 재료들은 지금보다도 더 열악한 식자재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부위들을 버렸을까. 아니다. 지금처럼 하나의 미식 수단이 아닌 생계를 위한 식재료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버리기 아까운 고기들이기 때문이다.
1830년에 나온 ‘농정회요’에 ‘도저장’이라는 음식이 소개된다. 돼지 창자에 내용물을 섞어 넣어 채운 뒤 삶아 썰어 먹는 요리다. 이것이 돼지 창자를 다룬 조선 시대의 최초의 기록이다. 소 내장 요리는 1600년대의 ‘주방문’에 ‘팽우육법’으로 등장한다. 소의 대창에 선지, 밀가루 등 매운 양념을 섞어 채운 뒤 삶아 썰어 먹는 음식의 조리법이 기록돼 있다.
#곱창 요리의 다양한 변주곡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 국가에서도 내장 요리들을 생각보다 많이 먹는다, 유명한 내장 요리는 당연히 우리가 아는 다양한 소시지 요리 또한 포함된다. 동양보다 목축 비중이 더 높았던 서양에서 식량 사정이 안 좋은 그 시대에 내장 요리는 마다할 수 없는 미식이었을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사람들이 간단하게 허기를 달래고 싶을 때 먹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소 내장 요리다. 소의 위를 이탈리아어로 트리파(trippa)라고 하며, 이 부위를 잘게 잘라 토마토 소스 같은 양념에 넣고 졸여 빵과 함께 먹는다. 트리파 요리를 파는 이동식 노점을 트리파이오 라고 한다. 람프레도토(lampredotto)는 소 내장을 넣어 만드는 샌드위치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이다.
스페인의 카요스(callos) 스튜는 암소 또는 양 고기의 위를 냄비에 넣고 토마토 소스, 블랙 푸딩, 잼 등을 함께 넣고 끓인 스튜다. 마드리드의 가장 전형적인 스튜 중 하나이며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비교적 저렴한 요리다. 살짝 매콤하게 먹기도 하며 빵에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모쓰나베는 일본 후쿠오카 명물이다. 모츠는 곱창, 나베는 냄비 요리라는 뜻으로 대표적인 일본 곱창전골 요리다. 된장이나 간장으로 국물 맛을 잡고 건더기를 다 먹은 후 면에 버무려 먹는다. 비교적 우리 입맛에 잘 맞지만 조금 느끼한 감이 있다.
■트리파 만들기
■재료
손질한 소 곱창 1kg, 밀가루 some 닭육수 1.5L, 다진 생강 1작은술, 간마늘 1큰술, 다진 양파 1/2ea, 토마토 소스 300mL, 화이트와인 100mL,소금 1ts, 후추1ts, 건바질 some, 파마산 치즈1TS, 엑스트라 올리브 오일 1TS. 가니시 재료 감자1/2ea, 브로컬리 조금, 대파1줄기, 방울토마토 3알
■만들기
①소 곱창은 밀가루에 충분히 버무리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준다. ②화이트 와인을 넣고 1시간 후 건지고 다진 생강과 마늘, 양파, 소금, 후추, 바질에 마리네이드 해 준다. ③닭 육수에 넣고 30분가량 삶아 준 후 토마토 소스를 넣고 15분 더 삶아준다. ④ 토마토 소스를 넣을때에 손질한 가니시 야채들을 곁들여 주고 파마산 치즈와 오일을 곁들여준다.
오스테리아 주연·트라토리아 오늘 김동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