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위협하는 기업 ③ 당신이 먹는 생선요리·통조림의 진실 [더 나은 세계, SDGs]

남획으로 잡힌 어린 참치

 

2018년 7월 공개된 유엔의 한 보고서는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작지 않은 충격을 줬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서 발간된 반기별 세계 어업현황 보고서가 그 주인공이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에서 잡은 물고기 중 35%가 버려진다고 밝혔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식량으로 사용하지도 않을 물고기를 잡았다가 죽인 채로 그냥 버린다는 뜻이다. 

 

이유는 다양했다. 먼저 저인망 어선들은 큰 그물망으로 원래 어획해야 하는 종 외에 다른 물고기까지 무작위로 잡는다. 상품으로 원하는 한 종의 물고기를 위해 관련 없는 다른 종도 무작위로 잡는 셈이다. 이들 어선은 원하는 물고기 450g을 얻을 때마다 다른 종은 4배가 넘는 2㎏을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 이유는 남획이다. 특히 지중해와 흑해, 태평양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6000만명이며, 그 중 상당수가 거대 수산회사에 속해 있다. 수산회사가 보유한 어선 수만 300만척 이상 달한다. 이들 어선은 지난 40년 동안 한 종의 생선을 잡기 위해 다른 종을 남획해왔다. 

 

FAO에 따르면 전 세계 수산물 소비는 2030년까지 현재보다 약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수산회사들의 남획도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참치 회사의 남획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리스트에 각각 ‘위기 근접종’과 ‘취약종’으로 등재된 눈다랑어와 황다랑어를 참치 회사들은 무분별하게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 자연환경 보존 기구인 그린피스는 참치 통조림의 세계 시장을 장악한 수산회사들이 이러한 싹쓸이 조업행위에 앞장서고 있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갓 잡혀 분류된 생선

 

세번째 이유는 잡은 물고기를 신선하게 유지하는 냉동장비 등을 갖추지 못한 배들이 무분별하게 조업에 나서고 있고, 이들 어선은 잡은 생선이 상하면 그대로 바다에 버리고 있어서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가장 비극적 해양 살육이다.

 

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의 수산물 수요는 현재 9000만t에 이르지만, 향후 15년간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양식업의 비중도 커지고 있으나 무엇보다 수산업계의 해양 어업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대표적인 예로 글로벌 주요 수산기업들은 북극해 개발에 수차례 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북극은 북위 66.33도 북쪽 또는 영구 동토층의 한계선을 가리키며, 지구 지표의 약 6%인 2100만㎢의 면적을 자랑한다. 이 지역 대부분은 땅이 아닌 차가운 북극 바다다. 겨울은 평균 영하 35~40도, 여름은 평균기온 0도 안팎의 환경에서 해빙으로 덮여 있다. 하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로 해빙이 급속도로 녹는 바람에 얼음 밑에 있는 각종 자원에 전 세계 정부와 기업이 주목하고 있다. 북극 전체 해역의 53%를 차지하는 대륙붕에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은 석유의 13%, 가스의 30%가 매장되어 있으며, 다이아몬드와 금, 납, 아연, 우라늄 등이 풍부하다. 

 

무엇보다 북극해와 북태평양을 포함한 인근 어장의 연간 어획량이 전 세계의 약 40%에 이를 정도로 풍부한 어족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글로벌 수산회사들은 북극 바다에 대한 투자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동안 혹한의 환경으로 보호되던 북극이 지구 온난화로 극심하게 훼손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다행인 점은 2018년 10월 우리 정부를 비롯한 주요 10개국이 ‘중앙 북극해 공해상 비규제 어업방지 협정’에 서명했고, 한국은 이를 지난해 11월 국내 비준과 기탁을 완료하는 등 이 지역을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조업에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이다. 이 협정에 의해 각국은 발효 후 16년 동안 중앙 북극해 공해 지역의 해양환경과 수산자원 생태계 조사에 참여해야 하며, 북극의 수산·어업자원 보존과 지속 가능한 이용을 담보하게 됐다. 

 

유엔의 해양 과학자 그룹은 양식 외 자연상태에서 바닷속 물고기는 오는 2048년 멸종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힌 바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참치 통조림과 수산물 가공품을 소비하는 한국을 비롯한 동북 아시아의 소비자들도 이러한 사실을 균형성 있게 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달 발표되는 GRP(Guidelines for Reducing Plastic Waste & Sustainable Ocean and Climate Action Acceleration·플라스틱 저감, 지속가능한 해양과 기후환경 대응 인증 및 가이드라인)에서 이러한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정훈 UN지원SDGs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지원SDGs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