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음에도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확진 판정을 받아 논란이 된 미국 유학생 모녀에 대해 제주도가 30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원고 제주도와 업체 2곳, 자가격리자 2명 등 5명이 합쳐 총 1억3200여만원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날 코로나19 합동 브리핑 모두발언에서 “이들 모녀는 제주 여행 첫날부터 증상이 있었는데도 (제주 여행을 해) 방문 업체 20곳이 임시 폐업하고, 90명에 이르는 도민이 생업을 포기하고 자가격리에 들어갔다”며 “앞으로 원고가 얼마나 참여하느냐에 따라 청구액 합산이 달라지지만, 현재 집계 손해 추정액만 1억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도는 이날 오후 소송장을 제주지법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지사의 말대로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업체 등 원고가 더 늘어나면 청구액이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도는 방역 관련 비용 손실을 청구했으며, 업체들은 영업손실액을, 자가 격리자들은 소득손실액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원 지사는 “의료진의 사투, 방역 담당자의 노력, 국민의 사회적 거리 두기 노력 등에 기반해 무임승차하는 얌체 짓은 없어야 한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강력한 경종을 울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서울 강남구청장이 이들 모녀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선 “강남구청장은 부당하게 이들 모녀에 대해 옹호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 진행 중에 만날 사람”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이 모녀로 인해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오거나, 모녀가 허위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형사 소송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원 지사는 손해배상 소송 방침을 밝히면서 형사 소송까지 고려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달 15일 미국에서 입국한 유학생 A(여)씨와 모친 B씨는 지난 20일부터 4박 5일간 다른 일행 두 명과 함께 제주 관광을 했다. 모녀는 서울로 돌아온 다음 날인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강남구청 조사에 따르면 이들 모녀의 관련 증상은 여행 첫날인 지난 20일 발현했다.
제주도의 손해배상 소송 제기 방침이 알려지고, 이들 모녀를 향한 비판 여론이 일자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들 모녀가 강남구청의 자가격리 문자 발송 전에 제주 여행을 했다”며 ‘선의의 피해자’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정 구청장의 옹호가 더 큰 논란을 불러왔고, 결국 그는 지난 29일 공개 사과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민·형사상 손해배상 소송은 서울시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원인으로 지목된 종교단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이후 이번이 두 번째 사례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