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새 선거법의 최대 수혜자에서 피해자가 됐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언사도 달라졌다.
심 대표는 3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위성정당 경쟁은 훗날 민주주의 교과서에 한국의 정당정치를 가장 후퇴시킨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치 개혁이라는 30년간의 숙원이 단 3개월 만에 무너져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4당 공조로 선거제 개혁을 밀고 온 사람으로서 정말 허탈하고, 이 참담한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께 송구스러울 뿐”이라며 “정의당이 승리해야 정치 개혁을 지켜갈 수 있다는 그런 강한 사명감으로 남은 시간 임하겠다”고 4·15 총선을 앞둔 각오를 전했다.
민주당의 비례용 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고 두렵지만 이 길을 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간다’라고 했다”며 “이번 비례정당 참여 여부를 고민한 심정이 꼭 그랬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이대로 다음 총선도 치를 수 있겠나’라는 질문에는 “바꿔야 한다. 우리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추진한 것은 ‘왜 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없나’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앞서 심 대표는 전날(30일) 국회에서 열린 4·15 총선 기자간담회에서도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을 비판했다. 그는 “비례 위성정당을 동원한 거대양당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는 이번 총선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개탄과 실망의 목소리가 높다”며 “헌정사상 초유의 비례 위성정당이 민주주의 원칙과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권자에 대한 존중은커녕 거대양당의 의석수 계산서만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선거법 원안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이후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정의당은 “선거법 개정을 통과시키기 위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의당의 당시 셈대로라면 새 선거법 통과 시 진보정당 최초로 교섭단체 구성(20석)도 기대할 만했지만,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 등 거대양당의 위성정당이 난립하며 정의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비례대표 의원 확보 봉쇄조항인 3% 득표율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당내 위기감도 감돌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