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결국 ‘온라인 개학’ 카드를 빼들었지만 그간 제기된 초등학교 저학년 관리, 가정 내 IT(정보통신기술) 기기 부족 등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이런 문제가 온라인 개학의 근본적 한계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4월 말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길 기다려 등교 수업을 병행하는 식으로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확산 정도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애초 교육당국이 1차 휴업 명령을 내리던 때부터 온라인 개학 방안을 확정해 준비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런 의견과 관련해 “3월 초부터 원격수업 관련 계획을 가지고는 있었다”면서 “(온라인 개학 관련 상황을) 예상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현장에서 함께하는 모든 분들과 좀 더 소통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모든 학교와 교사가 4월1일부터 본격적인 원격수업 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당장 교육부가 열거한 원격수업 준비 항목만 보더라도 원격교육계획 수립, 소통체계 구축, 학생·학부모 사전 안내, 교원 연수, 원격교육 플랫폼 선정·시험, 학생 준비상황 점검 등이다.
교원단체들은 그러나 “실효성이 없다”고 혹평하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방문의 경우 감염 우려가 있고, 현재 교사가 예상치 못한 원격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물리적 시간 또한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교총 관계자도 “초등 저학년에 대해서는 학부모 도움 없이 등교수업을 충분히 대체할 만한 대책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 문제에 대한 대안 마련에 제대로 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육부가 최근 교사 대상으로 등교 개학 찬반을 묻는, 그 결과가 뻔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차라리 그 비용으로 저학년 원격수업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조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날 교육급여 수급권자(중위소득 50% 이하)를 대상으로 시·도별 IT기기, 인터넷 지원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수급권자 가구 학생 수는 약 29만명으로 이 중 13만명 정도 이미 IT기기를 보급받고 인터넷 통신비 또한 지원받고 있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었다. 다만 교육부 측은 “나머지 16만명 정도가 지원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면서도 실제 IT기기 등 지원이 필요한 인원에 대해선 밝히지 못했다. 지난주부터 온라인 개학을 검토했지만 현장 수요 조사를 이날까지도 끝마치지 못한 탓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전날 밤에야 관련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기준으로 조사가 완료된 학교는 67% 수준으로 이 중 IT기기가 필요한 학생은 17만명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