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자체가 너무 힘들다.” “아들이 걱정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발달장애인 A(18)군과 그의 어머니 B(48)씨가 지난달 16일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모자는 하루 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한 공동묘지 앞 도로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코로나19 감염이 걱정된다’며 아들을 가정에서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죽음은 벼랑 끝에 내몰린 또 다른 이들의 일상과 이어져 있다.
“절대 엄마 손 놓으면 안 돼, 예나야!”
“규정? 여기선 내 말이 법이에요, 그 장애인이 당신 가족이라는 걸 어떻게 믿어요? 가족관계증명서 떼오세요.”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김모(40)씨는 발달장애인 아들 김모(10)군을 대신해 집 근처 약국으로 마스크를 사러 갔다가 아연실색했다. 약사는 장애인복지카드를 이용해 마스크를 부정으로 수령하는 상황을 가정하며 김씨에게 면박을 줬다. 마스크를 사려 줄 선 사람들 앞에서 김씨는 빈손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정부에서 마련한 규정에 따르면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등록증(장애인복지카드)을 지참하면 대리인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법정대리인’이 아니라 ‘대리인’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복지사나 활동보조사 등이 당사자를 대신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김씨는 이러한 규정과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약사는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차가운 시선과 차별적 대우를 잊을 수 없다”며 “앞으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마스크를 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초중고생 발달장애인 가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인 발달장애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염병 확산이 이어지면서 활동보조사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졌고, 장애인주간보호센터 같은 복지시설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일시에 문을 닫았다. 자연히 모든 부담은 부모에게 쏠린다.” 부산 기장군에서 지역 발달장애인 쉼터를 운영하는 이진섭(57)씨의 말이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숨을 내쉬었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균도(29)씨는 24시간을 부모와 함께 보낸다고 했다. 이씨는 “상대적 소수자인 발달장애인들에게 사회가 관심이 없으니 정책도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난은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다. 비장애인 중심으로 짜인 사회에서 재난이 만들어낸 공백은 장애인에게 더욱 가혹하다. 특히 환경변화에 예민한 발달장애인의 일상은 쉽게 무너진다. 평생 돌봄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고 살아가야 하는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구조적 고통은 재난 이후에도 지속된다.
글·사진 하상윤 기자 jony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