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위비협상 진통 끝 타결… 한·미동맹 균열부터 메워야

한·미가 큰 이견을 보여온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잠정 타결됐다고 한다. 양측은 한시적으로 1년간 적용됐던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SMA) 유효기간을 ‘다년간’으로 늘리기로 했고, 분담금 규모도 미국 측이 요구한 30억∼40억달러 선에서 크게 낮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내용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협상 타결이 늦어지면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무급휴직이 강행됐지만, 갈등이 장기화하기 전에 수습된 것도 다행이다.

협상이 타결된 건 최대 쟁점이던 분담금 총액에서 입장 차가 좁혀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시작된 협상에서 올해 한국이 부담할 분담금으로 지난해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를 제시했다가 40억달러로 낮췄다. 그래도 한국의 10% 인상안과는 차이가 컸다. 미국이 지난주 제시액을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미국이 극적인 변화를 보인 건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장비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방역에 집중하기 위해 대외 갈등 요인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을 것이다.



이번 협상이 전례 없이 난항을 겪은 건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한 분담금 인상을 요구한 탓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을 협상의 볼모로 삼은 것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슬기롭게 대처했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분담금을 어느 정도 올려주고라도 한·미 미사일지침 폐기 등 ‘안보 족쇄’를 푸는 식으로 전략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재정전문가를 협상 수석대표로 내세우는 단세포적인 대응에 그쳤다.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도 한반도 정세는 불안하다. 북한이 지난달에만 단거리 발사체를 9발이나 쐈지만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된 상태다. 한·미동맹은 우리 안보의 핵심 방패막이다. 안보가 흔들리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 정부는 협정안의 국회 비준을 비롯한 후속 절차를 하루빨리 마무리해 이번 협상으로 벌어진 한·미동맹의 틈을 메우고 안보태세를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노무조항 개정 등으로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도 긴요하다. 돈 문제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