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일본 거주 미국인의 즉시 철수·귀국을 강력히 권고했다.
주일 미국대사관은 1일 홈페이지(사진)에 올린 ‘보건 경보’라는 영문 알림을 통해 “우리는 일본 전역에서 미국인 수천명이 영어 교사로 일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일본에서 미국으로 귀국하는 상업용 항공편이 있으나 현격히 감소하고 있고, 무기한 일본에 체류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즉각 이 상업 항공편을 이용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다”고 발표했다. 이어 “항공편 감편이나 여행 제한이 언제라도 시행될 수 있다”며 “세계 다른 나라에서처럼 일본에 도착하는 여행자의 입국이 거부되거나 엄격한 격리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의 발표는 국가비상사태선언과 도쿄 봉쇄 등이 거론되는 일본의 위기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가 미국 등을 입국거부 대상 지역으로 포함한 것에 대한 대응 성격도 있어 보인다. 아베 신조 총리 정권은 3일 0시부터 이달 말까지 한·미 등에 최근 2주 이내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원칙적으로 거부한다. 주일 미국대사관의 미국인 귀국권고 공지는 1일 일본 정부의 입국거부 확대조치 발표 직후 게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는 전 세계에 대해 여행경보 중 가장 높은 레벨 4(여행금지)를 발령한 상태다. 2일 오후 6시 현재 주한 미국대사관 홈페이지에는 한국 거주 미국인의 귀국을 강력히 권고하는 알림은 게시되지 않았다.
주일 미국대사관은 또 홈페이지에서 “여러분도 알듯이 (일본) 당국은 코로나19의 지역감염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며 “이는 일본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언제 감염됐는지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일본에 남기로 선택했다면 14일분의 음식과 처방약, 여권·출생증명서·결혼증명서 등 중요 서류 사본이 담긴 비상대피용 가방(go-bag)을 준비하고,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 즉시 새 여권을 신청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 아베 총리가 1일 코로나19 대책의 하나로 각 가정에 천 마스크를 2장씩 배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만우절(4월1일) 농담이냐”(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 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