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머물자 아동학대 노출… 학교 못 가 도움도 못 청해

코로나 19 비상 -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정불화 늘어/ 2~3월 가정 학대 전년比 14% ↑/ 보호기관 휴관… 아이들 신고 막막/ 실제 학대 사례 더 많을 가능성/ “경제악화 인한 감정격화도 한몫/ 가정폭력 대책·피해 지원 시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아동학대 등 가정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정 내 함께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피해자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 2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경찰에 접수된 가정 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3.8% 늘었다. 구체적으로 2월 한 달 동안에는 37.4%나 폭증했지만, 국내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3월에는 오히려 2.6%가 줄었다.

 

경찰에 접수된 신고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된 최근 아동학대 수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통계에 나타나지 않은 경우가 많고, 학대 피해를 받은 아동이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도 이같은 통계 결과에 대해 유의미한 분석을 끌어내긴 어렵다며 신고되지 않은 학대 사례가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이라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를 신고한 사람은 아동보호전문기관 종사자(23.1%)가 가장 많고 초·중·고교 직원(19.1%), 부모(18.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아동 본인이 직접 신고한 경우는 13.5%에 불과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학교나 아동보호기관이 휴관에 들어갔거나 비대면 접수(전화)를 하는 것을 감안했을 때 아동학대 사례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아동학대가 대부분 가정 내에서 발생한다는 점(80.3%)도 아동이 신고를 어렵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동학대 사례 건수도 연간 증가하는 추세다.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 2105건에서 해마다 늘어가 2014년에는 1만건을 초과한 뒤 2018년에는 2만4604건으로 대폭 늘었다. 복지부는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향상되고 신고가 대폭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20여년 사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은 지나치게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확산한 뒤 아동학대를 포함한 가정폭력 신고가 대폭 증가한 해외 국가들의 현상도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달 17일 전국 이동금지령을 내린 이후 프랑스에서는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영국과 북아일랜드에서도 이동제한령 이후 가정폭력이 20%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들 국가는 피해자들이 머물 수 있는 호텔방 2만개를 제공하거나 임시 상담센터를 개설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정폭력에 대한 별다른 대응책은 없는 상태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유럽국가들과 자발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국내 상황이 같을 수는 없다”며 “이전과 동일하게 피해자에 임시 숙소를 제공하거나 상담 업무를 제공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물리적 거리가 가깝고 심리적 거리는 멀어지는 상태에서 배우자나 자녀를 대상으로 한 폭력이 일어나기 쉽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가계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도 감정을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경찰청 범죄수사분석관을 지낸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한국의 가정폭력 신고율이 워낙 낮아 신고가 늘고 주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며 “코로나19가 지속하는 만큼 피해자들이 신속히 보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강화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