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종업원의 거짓말…강남 한복판 집단 감염 ‘초비상’

확진 숨기고 동선도 안밝혀 / 역삼동 소재 대형 유흥주점 근무 / 男연예인과 접촉했다 양성 판정 / 지난 27일 출근 9시간가량 일해 / 역학조사 때 “프리랜서” 직업 속여 / 확진 뒤에도 업소에 사실 안 알려 / 공개된 동선에도 근무 사실 빠져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증상자 중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방역당국의 신속한 대처에 차질을 빚게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 강남의 대형 유흥업소에서 일한 여성 확진자가 방역당국 조사 때 직업을 프리랜서로 속인 채 업소명이나 의심증상이 있기 전날에도 일한 사실 등을 감춰 문제가 됐다.

7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논현동 거주자 A(36·여)씨는 지난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지난달 26일 지인 B(37)씨와 접촉한 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B씨는 2007년 데뷔한 보이그룹 출신 가수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이다.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귀국했으며 31일 검사를 받은 후 이튿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A씨도 검사를 받았고 양성 판정이 나오자 역학조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유흥업소 종업원이라는 사실을 숨겼다. 역삼동에 있는 해당 업소는 여종업원만 100여명에 달한다.

A씨는 지난달 26일 B씨를 만난 뒤 27일 오후 8시부터 28일 오전 5시까지 9시간가량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을 ‘프리랜서’라고 하면서 29일부터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의심증상을 느끼기 전날(28일)부터 검사받기 전날(31일)까지 집에서만 머물렀다고 말했다. 현재 강남구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A씨의 동선도 ‘28∼31일 자택에서 생활’이라고 돼 있다. 그가 28일 오전 5시까지 유흥업소에서 일한 내용은 빠져 있는 것이다.



현재는 확진자 발생 시 증상 발현 이틀 전 동선부터 공개되지만 A씨가 역학조사를 받던 시점에는 하루 전 동선까지만 공개되던 때라 27일 동선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A씨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도 해당 업소 측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신과 접촉한 미용실 직원에게만 알렸다. 이후 강남 유흥업소 일대에 소문이 퍼졌고, 강남구의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따라 2∼3일 임시휴업에 들어갔던 해당 업소 측은 4일 A씨에게 연락한 뒤에야 확진 사실을 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소는 12일까지 휴업을 연장했다.

A씨와 함께 사는 여성 C(32)씨도 확진됐다. 자신도 ‘프리랜서’라고 한 C씨는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자가격리에 들어가 2일 검사를 받았다. 처음에는 음성이었으나 5일 재검사 후 6일 확진됐다. 강남구 관계자는 “A씨와 C씨가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지와 동선 등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A씨를 둘러싼 정황을 감안했을 때 그가 28일 귀가한 뒤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집에만 있었다고 진술한 내용도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초 A씨 진술에만 기댔던 서울시와 강남구는 나중에야 이런 사실을 알고 비상이 걸렸다.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닷새나 지났지만 해당 업소 접촉자가 얼마나 되는지 등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하지 못한 상태다. 당국이 확진자의 진술을 좀 더 꼼꼼하게 검증해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앞서 10대 미국 유학생이 해열제를 다량 복용하고 체온을 떨어뜨린 사실을 감춘 채 미국 출국과 국내 입국 시 검역대를 통과한 뒤 부산으로 가 확진돼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일부 확진자나 의심증상자의 도덕적 해이가 신속한 방역 대응과 추가 감염 방지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방역당국은 역학조사에서 거짓진술을 할 경우 엄중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검역단계나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으로 정보를 기재하거나 진술을 한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거짓으로 답변을 하면 검역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상당히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