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우리는 봄을 잃어버렸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봄을 빼앗겼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지속되는 코로나19 사태는 4월이 되어도 봄을 온전하게 봄으로 맞이할 수 없게 만든다. 꽃 구경은 고사하고 들려오는 확진자 소식에 ‘혹시 내 집 근처는 아닐까’ 두려움에 떨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설상가상 넘쳐나는 사건 사고 소식은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일명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를 분노에 빠트렸다. 이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의 민족 독과점 의혹과 과다한 수수료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비 위축에 고사 직전에 놓인 외식업 자영업자들이 누구보다 고통스런 시기에 배달 앱의 수수료 횡포는 자영업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까지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힘겨워하는 국민에게 모처럼 봄꽃 같은 위로를 주는 소식이 있어 소개하려고 한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산업진흥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책과 함께하는 슬기로운 거리두기 캠페인’이다. 비대면 문화에 최적화된 이 캠페인은 4월1일부터 시작해서 한 달간 1인당 최대 2권까지 책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점을 방문하기 어려운 국민을 위해 전자책과 소리책을 지원한다. 문체부와 출판진흥원은 교보문고와 협력해 특별 누리집인 ‘책 쉼터’(book.dkyobobook.co.kr)를 개설했다고 한다. 다만, 준비된 80만권의 책이 소진되면 행사는 조기에 마감된다는 아쉬움이 있다. 누구나 교보문고 ‘책 쉼터’ 전자도서관에서 4만7000여 종의 전자책과 소리책을 컴퓨터와 휴대폰 등을 통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필자가 문체부와 출판진흥원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독서 캠페인에 감동하며 주목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이 이유가 있다.
첫째 독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및 대외활동 제한 시기에 최적화된 마음 운동이요, 문화 활동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 간의 접촉은 최대한 피해야 하는데. 이때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에 유용한 방법으로 독서만 한 것도 없을 것이다. 혼자서도 가능한 독서야말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적화된 실천 방법인 셈이다.
둘째는 차제에 범사회적으로 독서여건 조성에 앞장, 붐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독려와 독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범사회적인 독서 붐을 조성할 수 있다. 양서를 읽고 얻게 되는 지혜로운 마음, 독서를 통해 느끼는 즐거움은 심신의 면역 체계를 튼튼하게 해준다. 한마디로 독서는 심리적 방역인 셈이다.
셋째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쳐 있는 시기에 ‘독서의 재발견’이라는 캠페인의 취지는 물론이고 실행 방식에 창의성이 높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온라인으로는 전자책과 소리책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주변 소중한 이에게 종이책을 선물할 수도 있다. 선착순으로 선물을 신청하면, 신청 시 작성한 응원의 글을 담은 손 글씨와 책 선물을 받는 이의 집까지 배송해준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이 캠페인에 필자가 주목하는 이유는 발상의 전환이라는 지점에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모두 지쳐가는 시기에 독서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히려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역발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 캠페인이 창의성과 실효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해도 언론의 격려와 관심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전염병이라는 엄청난 재난 앞에서 함께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과 격려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저 흔한 캠페인쯤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기본적으로 잘 지켜져야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독서를 통한 슬기로운 사회적 거리두기’에 언론의 협조를 비롯한 범사회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