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나흘 연속 50명 안팎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중순 시작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유흥시설과 학원 등 지역사회에서 환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로부터 얼마나 전파됐는지가 관건이다. 방역당국은 조용한 전파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차 강조했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환자는 전날보다 39명 증가한 1만423명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일과 7일 각각 47명, 8일 53명 발생한 데 이어 이날은 40명 아래로 내려갔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서울, 경기, 대구, 충남, 경남 5곳을 제외하고는 신규 환자 수가 ‘0’이었다. 청도대남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경북 지역에서도 50일 만에 지역사회 감염자가 없었다.
일주일 전 100명 안팎이던 신규 확진자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대구·경북이 안정되고, 지난 3월22일부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긍정적 신호임에는 분명하지만,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특히 사전투표와 4·15 총선, 부활절(12일) 등을 치르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느슨히 한다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증상 혹은 경증 상태에서도 감염력이 센 코로나19의 특성 탓에 언제 어디서든 집단감염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2월에도 닷새 연속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다가 2월18일 31번 환자 이후 하루 수십, 수백명씩 불어난 경험이 있다.
용산구 이태원에 있는 일반음식점 잭스바 종업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서초구 서래마을 칵테일바 ‘리퀴드소울’에서도 지금까지 4명이 확인됐다.
강남구 역삼동 유흥업소 ‘ㅋㅋ&트렌드’ 여성 종업원 2명의 코로나19 확진도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접촉자 116명에 대해 전원 자가격리 및 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75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고, 34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7명은 검사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 업소 고객 장부를 넘겨받아 확진 여성이 근무한 지난달 27∼28일 방문자에게 외출 자제 및 자율적 격리, 검사를 안내하고 있다.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다중이용시설이 적지 않아 이들 시설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전파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의 경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2주간 집단감염 위험이 큰 노래연습장과 PC방, 클럽·콜라텍, 학원·교습소 등 3만7803곳을 점검한 결과 4777곳(12.6%)이 방역지침을 위반해 행정지도를 받았다. 클럽·유흥업소 2259곳, 실내체육시설 936곳, 학원 920곳, PC방 727곳이다. 위반 정도 심각해 행정명령을 내린 곳은 노래연습장 2곳, 유흥주점 1곳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집단발생 위험성이 큰 학원에 운영 중단을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서울 지역 학원 10곳 중 8곳은 문을 열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서울 관내 학원 및 교습소 2만5231곳 중 3763곳(14.9%)이 휴원했다. 대치동 학원가를 낀 강남·서초구 학원 휴원율은 8.2%로 더 낮았다.
정기석 한림의대 교수는 “시설에서의 집단감염은 감염원이 불분명한 데다 확진되기 전까지 누구와 어떻게 얼마나 접촉했는지도 알 수 없어 위험하다”며 “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지지 않도록 꼼꼼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집단감염 가능성을 줄이고, 신규 환자 감소 경향이 지속되게 하려면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수밖에 없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의 전파경로를 차단하여 방역당국이 파악하지 못하는 감염환자의 2차 감염을 차단하고, 유행 고리를 끊을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도 “최근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조용한 전파’의 시기 아닌가 긴장하고 있다”며 “특히 건강하고 젊은 연령층은 본인은 건강하기 때문에 무시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는데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각종 모임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진경·김유나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