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대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 예측이 잇따르는 가운데 정책 기관이 이런 전망을 밝히기는 처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플러스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1%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경제전문가와 보건·의료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코로나19가 2분기에 진정되고 3, 4분기에 점차 개선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전망”이라며 “다만 이는 매우 가변적이며 사태가 악화한다면 전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하반기까지 장기화한다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총재가 밝힌 0%대 전망은 지난 2월 발표했던 수정 전망치 2.1%에도 크게 못 미친다. 당시 금통위는 코로나19가 3월에 정점을 찍고 이후 진정될 것을 전제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
금통위는 이날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향후 세계 경제 전망이 부정적이지만 지금까지 취한 재정·금융·통화정책(한국판 양적완화)의 효과를 지켜본 뒤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금통위는 공개시장 운영을 위한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특수은행채 등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의 단순매매 대상증권 확대는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한 조치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