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던 또래 여자 중학생에게 술을 먹인 뒤 잇따라 성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중학생 2명이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경찰에 구속됐다. 이들 중 한 명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 성폭행 혐의를 인정한 반면, 나머지 한 명은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학생의 어머니가 가해자들의 엄벌을 호소하며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 30만명이 넘게 참여하는 등 공분이 일고 있다.
김병국 인천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9일 오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상해·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15)군과 B(15)군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소년(미성년)이지만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날 A군과 B군 모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했으나, 이 중 한 명은 심사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법원 측에 밝혔다. 이들은 법원에 출석하면서 ‘혐의를 인정하느냐’, ‘피해자에게 할 말은 없느냐’는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A군 등은 지난해 12월23일 새벽 인천의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같은 학교에 다니던 C(15)양에게 술을 먹인 뒤 옥상 인근 계단으로 끌고 가 잇따라 성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C양은 A군 등이 평소 괴롭히던 학교 후배와 친하다는 이유로 범행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 측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이들의 부모가 동석한 가운데 조사를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DNA도 검사 결과에서는 C양 몸에서 A군과 B군의 DNA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지난 1월3일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고 A군 등에게 출석정지 3일과 함께 강제전학 처분을 내렸으나, 처벌 수위가 지나치게 낮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중학교까지는 의무과정이라 학교 측이 내릴 수 있는 처벌 중에는 강제전학이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이다. A군 등은 이후 인천지역 다른 중학교 2곳으로 각각 옮겨 재학 중인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
A군은 지난해 이미 학교폭력으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은 상태에서 이번 성폭행 범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C양 어머니가 이들의 엄벌을 호소하며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오늘 너 킬(KILL)한다”라며 술을 먹이고 제 딸을 합동 강간한 미성년자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이날 오후 8시35분 현재까지 33만3000여명이 참여해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어섰다.
해당 청원에서 C양 어머니는 “가해자들이 아파트에서 ‘오늘 너 킬 한다(죽인다)’라며 제 딸에게 술을 먹였다”며 “얼굴을 때리고 가위바위보를 해 순서를 정한 뒤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딸은 정형외과에서 전치 3주, 산부인과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C양의 오빠는 “학교 측이 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인천시교육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