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자가격리자들의 무단이탈을 막기 위한 ‘손목밴드’(전자팔찌)를 자가격리 위반자들에 한해 도입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애초 자가격리 무단 이탈 사례가 잇따르자 예방 차원에서 전면 도입이 검토됐고, 국민 80%가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으나 인권침해 우려와 예산 문제, 법적 근거 미비 등 이유로 제한적 도입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손목밴드를 전면 도입하기보다는 격리 지침 위반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사람을 대상으로 나머지 격리기간에 손목밴드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자가격리 관리 애플리케이션(앱) 기능을 보완해서 자가격리자가 스마트폰을 일정 시간 동안 이용하지 않으면 푸시 알람을 보내 위치 확인을 하도록 하고, 응답이 없을 시 담당 공무원이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자가격리자가 스마트폰을 집에 놔둔 채 외출을 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보완책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 목적으로 자가격리를 의무화하면서 자가격리 관리 앱을 개발해 보급했으나, 스마트폰을 두고 무단 이탈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자가격리자 위치추적용 손목밴드 도입을 고려했다. 그러나 곧장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예산 문제와 법적근거 미비 등의 이유로 결국 적용 범위를 축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성명을 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전국의 자가격리자는 5만4583명인데, 이들에게 모두 손목밴드를 지급할 경우 제작비만 20억원 안팎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한 정부 관계자는 “손목밴드를 채울 법적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 대다수는 자가격리자들에게 손목밴드를 착용시키는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날 공개한 코로나19 자가격리 관련 일반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2%가 손목밴드 착용에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13.2%였고, ‘잘 모르겠다’는 5.9%였다. 찬성 이유로는 ‘감염 확산 방지가 더 중요해서’(47.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반대 응답자 중에서는 ‘인권침해 소지’(42.4%)를 문제 삼은 이들이 다수였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2월17일부터 이달 9일까지 무단이탈 등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했다가 적발된 사람은 총 169명에 달한다. 각 지방자치단체 등은 이들을 경찰 등 수사기관에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 혐의로 잇따라 고발하기도 했다. 정부는 손목밴드 제한적 적용 등의 내용이 담긴 자가격리자 관리 강화 방안을 11일 오전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안건으로 올려 최종 방침을 정할 계획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