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끝장 보라"한 백신 개발… 빌 게이츠도 "더 많은 투자를"

코로나19 대응 위해 필요한 과제 / (1)각종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 / (2)백신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 / (3)저소득층에 적정가 백신 공급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방안에 관해 논의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각국의 지도자들이 할 일은 백신 개발에 필요한 R&D(연구개발) 기금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이 코로나19 진단키트·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며 연구자들에게 “국가가 얼마든지 지원할테니 치료제 등 개발에서 끝을 보라”는 취지의 격려를 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연구자로부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게이츠 이사장과 문 대통령의 인식이 대체로 같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이츠 이사장은 12일 한국의 연합뉴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 언론에 보낸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전세계가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특별기고문에서 “G20(주요20개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인류 공동의 노력에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다음은 기고문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나는 지난 몇 주 동안 수많은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코로나19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는 이유는 각국이 이 바이러스를 최초로 인지한 이후 자국 내 확산 방지에만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각국의 지도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코로나19와 같이 전염성이 크고 이미 널리 퍼진 바이러스는 어느 한 곳에 있기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말이다.

 

선진국들이 앞으로 몇 달 간 코로나19 확산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지속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침투할 수 있다. 세계 어느 한 곳이 다른 지역을 다시 감염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전 세계적 공동대응을 통해 이 바이러스와 싸워나가야 한다. 세계의 주요국들, 특히 G20(주요 20개국) 구성국들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세 가지의 과제가 있다.

 

첫째, 팬데믹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수적인 마스크, 장갑, 진단 키트와 같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특정 시장들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다. 생명 구조장비 시장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공중보건의 관점과 의료 수요를 바탕으로 자원을 배치해야 한다. 선진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지도자들은 WHO(세계보건기구) 등과 협력해 가이드라인을 문서화하고 모든 참가국이 이 가이드라인에 공식 동의해야 한다.

 

이러한 각국의 동의는 코로나19 백신이 마련되었을 때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두 번째로 각국의 지도자들이 할 일은 백신 개발에 필요한 R&D(연구개발) 기금에 투자하는 것이다. 3년 전 저희 빌&멀린다 재단과 웰컴트러스트재단은 여러 국가와 협력하여 감염병혁신연합(CEPI)을 출범시켰다. CEPI는 벌써 최소 8종류의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중이고, 연구자들은 18개월 안에 최소한 하나는 준비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CEPI는 최소 20억 달러가 필요한 상황이다. G20 국가 지도자들의 의미 있는 공여 약속이 필요한 때이다.

 

세 번째 과제는 CEPI 기금은 백신 개발만을 위한 것이며, 생산과 배송물류비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민간 부분이 나서서 백신을 생산하기로 한다면, 그들은 경제적인 손실을 보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동시에 어떠한 코로나19 백신이든 ‘세계적인 공공재’로 다뤄져야 하고,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가 접근 가능해야 한다. 결국 코로나19 백신을 세계 각국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나는 지난 20년간 세계의 지도자들을 만나 세상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질병 퇴치를 위해 투자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현재의 팬더믹 상황은 우리에게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이 옳기만 한 일이 아니라 현명한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다. 미증유의 팬데믹 상황 속에서 세계 인류는 운명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대응 또한 그에 맞춰야 할 것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