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스타벅스, 회계조작으로 몰락

허위거래 적발… 사측 지분 포기 / “中 스타트업, 몸집 키우기 치중”
사진=연합뉴스

중국 내 ‘토종 강자’로 부상하던 커피 업체인 루이싱(瑞幸·Luckin) 커피가 수천억원대 회계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추락하고 있다. 중국 공유경제의 상징이던 오포(ofo)의 추락에 이어 스타벅스의 대항마로 혜성처럼 등장했던 루이싱 커피의 몰락은 ‘수익보다는 몸집 부풀리기’에 치중하는 중국 스타트업계의 고질적 경영전략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2일 차이신 등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수천억원대 회계부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루이싱은 5억1800만달러 채무를 갚지 못해 루정야오 회장과 첸즈야 사장이 자신들이 보유한 루이싱 주식을 내놓았다. 루이싱 B클래스 주식 5억1536만주와 A클래스 주식 9545만주 등이 담보로 제공됐다. 첸 사장은 추가 주식 매각도 약속했다. 채권자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는 고객들에게 루이싱 주식 매도를 제안했다.

스타벅스 대항마이자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던 루이싱 커피 매장 전경. 루이싱 홈페이지

루이싱 커피는 앞서 지난 2일 내부 조사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중 22억위안(약 3800억원)이 부풀려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2∼4분기 류젠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일부 직원 주도로 허위 거래를 만드는 방법으로 매출 부풀리기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발표 직후 루이싱 커피 주가는 장중 최대 85%까지 폭락, 3.96달러까지 내려가 개인 및 기관 등 투자자들이 초대형 손실을 입었다. 폭락 전 루이싱 커피의 시가총액은 66억3000만달러(약 8조1400억원)에 달했다.

2017년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루이싱 커피는 대형 투자를 유치하고 몸집을 불리는 공격적 경영으로 주목받았다. ‘스타벅스를 위협하는 중국판 스타벅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미국 증시에 상장한 스타트업’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동반하며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했다. 특히 루이싱 커피는 신규 직영 점포를 확대하고, 공짜·할인 쿠폰을 쏟아내면서 투자금을 뿌려 중국 내 매장 수를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규모로 키웠다. 또 외래 기업인 스타벅스에 대항하는 중국 내 민족주의 정서에 기대어 중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스타벅스 대항마로 불리는 중국 루이싱 커피 관계자들이 지난해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축하하는 모습. 루이싱 홈페이지

회계 부정이라는 범죄행위가 루이싱 커피의 몰락을 불러왔지만 중국 스타트업 업계에 만연한 수익성을 도외시한 몸집 부풀리기 전략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최대 공유 자전거 업체이던 오포가 수익구조를 정비하지 못한 채 몸집 부풀리기에 열중하다 주저앉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이 회사에 예치한 보증금을 못 돌려받은 이들만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