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월 두 달간 하루 970만 배럴 / 美·사우디·러, 협의 주도적 역할 / 트럼프 “극적 외교적 승리” 평가 / 유가 상승 동력으론 역부족 관측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소속의 13개 회원국과 다른 주요 10개 주요 산유국 연대체인 오펙플러스가 12일(현지시간) 긴급 화상 회의를 열어 오는 5월 1일부터 6월 말까지 2개월 동안 하루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달 6일 감산 합의 결렬 후 사우디의 증산 선언으로 촉발한 ‘유가 전쟁’도 일단락될 전망이지만,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유가를 상승 전환시킬 동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펙플러스가 이번에 합의한 감산 규모는 사상 최대이나 국제유가 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코로나19로 국제사회에서 원유 소비는 하루에 3000만배럴가량 줄었고, 국제 유가는 지난 3월 초보다 약 40%가량 떨어진 상태다.
오펙플러스에 참여하는 23개 산유국은 지난 9일 화상회의를 통해 하루 1000만배럴 규모의 감산에 의견 접근을 보았으나 멕시코가 자국에 할당된 40만배럴 감산 방안을 수용하지 않고 10만배럴만 줄이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결렬됐다. 이 기구는 아무런 합의 없이 13일에 시장이 열리면 유가가 폭락할 수 있어 일요일인 12일 화상회의를 다시 열었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멕시코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타결됐다.
이번 오펙플러스 협의 과정에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미국이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한 전례가 없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적인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펙플러스의 합의가 미국의 에너지 분야 일자리 수십만개를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지도자에게 전화를 걸어 원유 감산을 종용했었다.
일부 산유국은 이번 합의를 넘어 자발적으로 감산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가 4월부터 산유량을 늘렸기 때문에 3개국은 하루 200만배럴을 독자적으로 감산하기로 했다고 이란 석유장관이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또 지난 9일 합의에 따라 오펙플러스 참여국이 7월부터 올해 말까지는 하루 800만배럴, 내년 1월부터 2022년 4월까지는 하루 600만배럴 감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감산 합의 소식이 나온 직후 브렌트유 가격은 13일 장 초반 한때 8%까지 올랐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상승분을 반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