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보험 취득자 11만명 감소… 실업급여 사상 최대

고용부 ‘3월 노동시장 동향’ / 고용보험 가입 증가폭 16년 만에 최저 / 29세이하 청년층서만 29만명 급감 / 코로나發 고용위기 정부 통계로 확인 / 보건복지 분야 18만명 감소 최다 / 영세자영업 등 포함 땐 더 늘 듯 / 2월 ‘빈 일자리 수’ 13만9485명 / 8년6개월 만에 가장 큰 폭 감소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쇼크’가 정부 통계로 확인됐다. 2017∼2019년 매번 ‘플러스’값을 기록했던 전년 대비 3월 고용보험 취득자 증감 수는 올해 약 11만명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기업의 신규채용 계획이 일제히 미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지난달 29세 이하 청년층에서만 약 29만명이 감소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해 3월보다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약 16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정부가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은 약 9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정부는 코로나19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했다. 13일 공개된 정부 통계는 고용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인데, 향후 통계청 조사에서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이 포함되면 코로나19 충격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3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375만7000명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25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카드 대란’으로 신용불량자가 폭증하던 2004년 5월(23만7000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별 증가폭이 30만명 이하로 나타난 것도 2018년 3월 이후 2년 만이다.

 

정부는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세 둔화의 배경으로 고용보험 자격 취득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을 꼽았다. 지난달 고용보험 취득자는 69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만8000명 감소했다. 3월 기준 2017년에는 2만명, 2018년 7000명, 2019년 2만3000명 증가했지만 지난달 큰 폭으로 내린 것이다. 연령별로는 29세 이하에서 28만7000명이 급감했고, 60세 이상에서도 2만8000명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신규 취득자가 늘지 않는다는 것은 양질의 기업들이 앞으로 채용할 청년을 줄이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한다.

 

해고·이직 등으로 고용보험 상실자 수가 늘어난 것도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세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상실자는 72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4000명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10만4000명)과 50대(8만9000명) 등에서 증가폭이 컸고, 업종별로는 숙박음식(16만2000명), 도소매(4만4000명), 운수업(4만3000명) 등에서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다만 이번 통계가 ‘해직’보다 ‘고용유지’를 하려는 노동시장의 노력을 보여주는 측면도 있다고 해석했다. 고용보험 상실자 수 증가폭보다 취득자 수 감소폭이 크다는 점에서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업의 신규채용 축소·연기, 휴업·휴직 등을 통한 고용유지 노력 등 노동시장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뿐이 아니다. 정부가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지급액은 약 9000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달 지급액은 1년 전(6397억원)보다 2585억원(40.4%) 급증한 8982억원이며, 지난 2월에 역대 최대기록(7818억원)을 세운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1164억원 늘었다.

 

임서정 고용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도 15만6000명으로, 2009년 3월 금융위기 3만6000명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신청자 증가폭이 큰 업종은 숙박·음식업(7600명), 여행업을 포함한 사업서비스업(4100명), 개인병원 등 보건·복지업(3900명) 등으로 상당수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위축에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진행된 설명회에 실업급여 신청자가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시장에서 구직자를 흡수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도 8년반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공개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마지막 영업일 기준 빈 일자리 수는 13만9485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3318명 줄었다. 감소폭은 2011년 8월(6만4377명) 이후 8년6개월 만에 가장 컸다. 빈 일자리는 조사하는 달 마지막 영업일 시점에 구인활동을 하고 있고, 30일 이내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를 뜻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고용노동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빈 일자리 수 급감은 코로나19 사태 속에 기업 경영여건이 악화한 탓으로 풀이된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면 빈 일자리가 덜 나오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정부 통계는 고용보험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인데, 향후 통계청 조사에서 영세자영업자,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와 프리랜서 등이 포함되면 코로나19 충격이 선명하게 다가올 것으로 본다. 국내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취업자의 50% 수준이다. 오는 17일 통계청이 발표할 ‘3월 고용 동향’에서는 모든 취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내용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동수 기자, 세종=우상규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