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보이자 조용히 모이는 청년들 ‘고군분투 속 희망’ [잠룡의 총선-유승민편]

4·15총선의 의미는 단지 21대국회의 일꾼 300명을 뽑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총선이 여는 정치의 계절에 유권자들은 차기 지도자 반열에 올라설 잠룡들도 시험한다. 출마 여부, 당락을 떠나, 총선 현장의 분위기는 여의도 잠룡들의 영향력과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시험장이다. 잠룡들의 유세 현장에 동행했다.

 

코로나19팬데믹이 엎친데 ‘차명진 막말 논란’까지 덮친 지난 주말,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은 썰렁했다.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에 상점이 밀집한 곳임에도 오가는 사람이 드물었고, 주변 대형마트도 임시휴업이었다. 인근의 한양대학교는 개강을 맞아 한창 청춘들로 붐벼야할 때였지만, 온라인 개강으로 인적이 드문 상태였다. 진수희 후보 유세차량이 그렇게 텅빈 왕십리역 광장 한복판에 세워졌다. 지원유세를 하러 방문한 유승민 의원이 쉰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젊은층 ‘조용하나 뜨거운’ 지지

 

“유승민입니다. 이 자리에서 듣고 계시는 젊은 대학생 분들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정치가 정말 바뀌어야 이나라가 잘 될 수 있고 우리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드리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미래통합당의 개혁적 후보들에게 눈길을 주십시요. 진수희(중구성동갑), 지상욱(중구성동을) 이런 분들이 국회의원이 돼야 통합당도 바꾸고 한국정치도 바꾸고 대한민국도 바꿀 수 있습니다.”

 

어느새 광장에 하나 둘 사람이 모이고 있었다. 혼자 주변을 지나가다 발걸음을 멈춘 20대 남성이 유세를 듣다가 잠시 자리를 뜨더니, 친구를 데리고 왔다. 오가는 사람은 적었지만, 한번 걸음을 멈춘 사람들의 상당수는 유세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고, 이 가운데에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유 의원 유세모습을 보고 가던 길을 멈췄다가 끝까지 자리를 지킨 한 20대 초반 남성은 “지난 대통령 선거때 유승민 후보를 찍었는데 안 돼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 “유승민 개인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없는데, 가까운 의원 수가 당에 많아야 입장이 강해지지 않겠나, 정당 의석도 부족한데 측근 의원도 부족한 것 같고… 당에서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유승민은 기존 보수와 다르다, 개혁적 보수다라는 게 20대들의 인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지를 표했다.

 

사진=뉴스1

30대 육아맘이라고 밝힌 여성은 “경제 전문가에 인성, 인품 빠지는 게 없고 소신이 있다”며 “악성 포퓰리즘을 말하지 않고 실현 가능한 정책, 팩트만 말하니 정말 믿고 맡기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도 유승은 믿는다고 할 정도 아니냐”며 “민주당 지지자인 남편도 유승민 의원이 통합당 대표가 되면 지지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함께 유세장을 방문한 또다른 여성은 “우리도 이제 똑똑하고 스마트한 대통령을 만나봐야 하지 않느냐”며 “이분은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고 보좌진이나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고 직접 다 술술 대답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방송이든 어디든 별로 노출되지 않으니 지지도가 오르지 않는 것 같다”, “코로나19만 아니었어도 대학가 유세를 돌았으면 대단했을건데 너무 아쉽다”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유 의원은 이날 유세차량에서 내려온 뒤에도 ‘정책버스킹’이라는 제목으로 즉석에서 청년들과 질의응답하며 소통하는 순서를 가졌다.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이 손을 들어 질문을 신청하고 휴대전화에 적어 놓은 질문을 꺼내는 모습이 진지했다. “기업은 지금 채용을 멈추고 정리해고를 한다고 하는데 재난지원금 100만원, 50만원원 쥐어준다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느냐”, “코로나19 이후에 세계경제위기가 온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는 등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유 의원은 마스크 밖으로 나오는 소리를 놓칠새라 연신 상체를 기울였고 질문자들과 눈을 맞췄다. 유 의원은 “제가 비록 불출마를 했지만 제 임기도 선거 후 한달 반이 남아 있다. 제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데, 기업도산을 막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20대 국회에서의 제 마지막 일로 꼭 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뉴스1

◆보수정치 개혁 역할론

 

수도권에서 뛰는 통합당 후보들에겐 비상이 걸린 이날, 서울 한복판 격전지 중구성동갑·을 지역구를 방문한 유 의원은 한사람씩 붙잡고 “이번 선거가 아주 빡빡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요”라고 설득했다.

 

금호동 공원에서 지상욱 후보와 함께 유 의원을 만난 유권자는 “통합당 팬이다, 벌써 사전투표에서 2, 4번을 찍었다”면서도 “그래도 당은 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또다른 주민은 “황교안 대표와 힘을 모아야 박근혜 대통령을 석방하지”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일단 국회에 많이 들어가야 다 할 수 있으니, 꼭 좀 도와주십시요”라며 허리를 굽혔다. 

 

공천에서 유승민계 의원들은 약진한 편이지만, 서울·수도권 중도층 이탈이 감지되면서 선거 결과를 열어볼 때까지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유 의원은 공식선거운동 시작 이래 14일까지 수도권을 돌며 30차례 넘는 지원 일정을 소화하며 고군분투했다. 선거기간 수도권에서 보수진영 주자로서 유일무이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유 의원의 다음 행보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만, 그는 매번 “선거 이후 이야기는 나중에 합시다”라고 말한다.

 

통합당은 선거기간 읍소전략을 펴면서 유권자들에게 “통합은 했지만 혁신은 미진한 것을 알고 있다. 선거 후 근본적인 혁신을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단지 통합당 명운이 아닌, 보수정치 전체의 운명이 걸리게 된 것”이라며 “유승민 개인 차원을 넘어, 결국 개혁보수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잡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