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청 'n번방 피해자 추정 명단' 공개 논란…2차 피해 우려에 경찰 내사 착수

조주빈 공범 위례동주민센터 사회복무요원이 개인정보 불법 조회한 200여명 명단 올렸다 삭제
경찰,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 사실 살피는 중
불법 조회한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모씨가 지난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인 최씨는 서울 송파구 위례동 주민센터에 근무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이를 조주빈에게 넘긴 혐의로 구속됐다. 뉴스1

 

서울 송파구청의 위례동 주민센터 홈페이지에 이른바 ‘n번방 사건‘의 핵심 용의자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인 사회복무 요원 최모씨가 유출한 개인정보 명단이 올라와 2차 피해를 우려하는 논란이 일고 있다.

 

송파구청은 지난 6일 위례동주민센터의 ‘우리동 소식 게시판’에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정보주체(개인) 명단 공고’(아래 사진)를 게시했다.

 

이 공고에 첨부된 명단에는 지난해 1∼ 6월 개인정보 피해를 입은 동민 200여명의 개인정보가 담겼다.

 

이 명단에 오른 이는 최씨가 유출한 개인정보 대상으로, 유출일시를 비롯해 마지막 글자를 제외한 이름 전체와 생년, 성별 등이 적시되어 있었다.

 

최씨는 이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등·초본 발급 보조업무를 하면서 200여명의 개인정보를 불법 조회하고, 이 중 17명의 자료를 조주빈에게 건넨 혐의로 지난 3일 구속된 데 이어 10일 검찰에 송치됐다.

 

최씨는 걸그룹 멤버 등 유명 연예인의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손석희 JTBC 사장의 자동차 번호 등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위례동주민센터 홈페이지 캡처

 

송파구 관계자는 14일 “지난 6일에 올린 글은 전산 오류로 삭제됐으며 이날 다시 게시했다가 명단에 공개된 이름 일부로 n번방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연예인 이름을 유추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14일 오후 삭제했다”며 “명단을 다시 올리지 않고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피해자에게 서면으로 개별 연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송파구청 게시판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의 명단이 게시된 것과 관련해 위법행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내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경찰은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위반 사실을 발견하는 대로 즉시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경찰은 지금까지 피해자 보호를 위해 그 신상을 확인해준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공개할 계획이 없다”며 “피해자의 신상 공개와 같은 2차 가해행위 일체를 중대한 범죄행위로 보고 엄정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윤종 기자 hyj070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