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이 치러진 15일 전국 투표소에는 소중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를 하느라 투표소마다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지만 큰 혼잡 없이 투표가 진행됐다.
◆마스크·비닐장갑 쓰고 한 표 행사
섬지역 주민은 뱃길을 포함해 먼길도 마다하지 않고 투표소를 찾았다. 서해안에 있는 국화도 국화리(경기 화성시)의 주민 10여명은 아침부터 배를 타고 충남 당진 장고항까지 간 뒤 차로 우정읍 매향3리 마을회관 투표소에 갔다. 120㎞에 달하는 거리를 한 시간 넘게 달려 온 윤영한 이장은 “투표는 권리이자 의무여서 매번 이렇게 한다”고 말했다. 국토 최남단 섬인 마라도 주민 김은영씨는 어머니와 함께 전날 여객선을 타고 10㎞ 떨어진 제주 대정읍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대정읍사무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해발 1708m의 대청봉 정상 인근에 있는 설악산국립공원 중청대피소(대청분소) 직원 3명도 전날 하산해 이날 투표했다.
오전 9시20분쯤 딸과 함께 충북 옥천군 청산면 제2투표소를 찾은 옥천군의 최고령 유권자 이용금(116)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투표를 계속하겠다”며 웃었다.
이번 선거에는 37.5도 이상의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을 위한 임시 기표소도 마련됐다. 충북 제천 신백동 제2투표소에서 체온이 38.3도가 나온 유권자가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식당이나 화랑 등 이색장소에 차려진 투표소도 눈길을 끌었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미광화랑은 이날 하루 투표소로 변신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등도 투표
김명수 대법원장은 서울 용산구 중부기술교육원에 마련된 한남동 제3투표소에서,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은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4투표소에서 투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권 위원장과 같은 투표소를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부인 김건희씨와 동행하진 않았다. 선거기간 여야 공방전에 이름이 올랐던 윤 총장은 지난 2월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이후 2개월여 만에 이날 언론 카메라에 모습을 보였다. 남색 면바지에 회색 경량 패딩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대기 줄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투표했다. 이 과정에서 비닐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투표용지를 받고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장면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투표용지 찢고 소란… 사건·사고도 잇따라
투표소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도 잇따랐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김포시 사우동 제4투표장에서 선거 사무원의 마스크를 벗기려 하고 난동을 피운 40대 여성을 불구속입건했다. 경남 합천에서는 “선거에 참관하고 싶다”며 투표소에서 소란을 피운 한 50대 남성이, 서울 용산구에서는 술에 취해 투표소 관계자를 폭행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투표소 관계자가 비닐장갑 착용을 요구하자 불만을 품고 투표용지를 훼손한 40대 남성을 붙잡았다. 울산 남구와 경북 포항 남구에서는 “기표를 잘못했다”며 투표용지를 찢은 유권자가 적발됐다.
김유나·이강진·이종민·강승훈 기자, 전국종합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