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장’ 김종인 “야당도 변해야… 나라의 앞날 위해 살려달라”

패인 묻자 “탄핵 이후 ‘보수’만 외친 결과”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 결과와 관련해 “야당도 변화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당의 총선 참패와 관련해 “솔직히 아쉽지만 꼭 필요한 만큼이라도 표를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정부·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남겨주셨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전날 4·15 총선 결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해 압승했다. 이날 회견이 진행된 통합당 대회의실에는 ‘국민 뜻 겸허히 받들어 다시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자세도 갖추지 못한 정당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털어놨다. 김 위원장은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 마음을 잘 새겨 야당도 변하지 않을 수 없어졌다”고도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문재인정부가 나라를 옳지 않은 길로 끌고 갔다고 본다”며 “하지만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한 만큼 야당도 그 뜻을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부족하고 미워도 나라의 앞날을 위해 야당을 살려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16일 국회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마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회견장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향해서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최대한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며 “전례 없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야당의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통합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 재건을 맡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여기 올 때부터 분명히 말씀드렸는데 선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임무라고 생각하고, 선거가 끝나면 일상의 생활로 돌아간다고 얘기했다”고 답했다. ‘당의 요청이 있으면 역할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전날 밤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 위원장은 선거 패인에 대해선 “선거 과정 속에서 (통합당이) 좀 변화를 해볼 수 있을까 했는데, 변화하지 않은 게 결과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는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에 당이 알아서 선거 패배의 본질이 어디 있는지는 앞으로 통합당을 다시 일으킬 사람들이 잘 분석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김 위원장은 ‘부족한 변화’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탄핵 이후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거쳐오는 과정에서 변해야 할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별로 노력한 흔적을 보이지 않고 계속 ‘보수, 보수’만 외치다가 지금까지 온 것 아닌가”라며 “아무 변화를 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천 문제가 패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건 내가 논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다 잘 아는 것이니까…”라고 답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