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을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점점 더 큰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대통령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촉구가 거세졌고,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도 여전히 가파르다.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본격화한 코로나 위기 속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등을 무시한 채 외부 활동을 하고 지지자들과 밀접 접촉을 서슴지 않는 행보 등으로 논란이 돼 왔다.
급기야 사회적 거리두기, 말라리아 치료제(클로로퀸) 사용 등을 둘러싸고 자신과 대립해 온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보건부 장관을 해임할 의사까지 내비쳤다. 15일(현지시간)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만나 코로나19 대응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며 “보건 문제를 해결하고 배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를 띄운다’는 것은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만 제한적으로 격리하고 일반인은 일터로 복귀해 경제를 회생시키는 일로 해석된다. 그동안 주장했던 이러한 자신의 입장을 보건 장관을 해임하면서라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정치권은 이번주 안에 만데타 장관 해임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고, 만데타 장관도 보건부 관리들에게 자신이 물러나는 날이 임박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는 여러 상황적 장애물에 도전받고 있다. 브라질 하원은 이날 대통령실에 문건을 보내 “30일 안에 대통령의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7∼10일 미국 방문 후 귀국해 12일과 17일 두 차례 검사를 받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이와 관련한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 방미 일정에 동행한 인사 중 최소 23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검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사 결과를 알렸을 뿐 문건 공개는 거듭 거부해 의혹을 키웠다.
현지 매체 등을 통해 추측만 난무하자 뉴스포털 UOL은 정보 접근법에 근거해 지난달 23일 정부에 대통령의 검사 문건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대외비로 분류해 공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정부 방역 대책의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감염 상황은 악화일로다. 15일 기준 누적 확진자 2만8000명을 넘어선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까지 코로나19 사망자는 1736명으로 이틀 연속 200명 이상 숨졌다. 치명률은 6.1%다.
북부 지역에서는 코로나 환자에게 말라리아 치료제를 사용하는 임상 시험을 했다가 부작용으로 중단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 81명에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투약을 했는데 환자들이 심작 박동 이상 증세 등을 나타내면서 안전 문제로 중단했다.
경제적 타격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2년 침체, 3년 저성장을 겪은 브라질이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경제규모가 10년 전 수준으로 곤두박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브라질 대형은행 이타우-우니방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브라질 경제 성장률이 여러 기관의 예상대로 -5%를 기록하면 국내총생산(GDP)이 2010년 당시 수준인 6조8300억헤알대로 위축된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