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선거(총선) 개표가 16일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만 163석,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 합하면 180석을 확보해 단독으로 전체 의석(300석)의 5분의 3을 차지하는 ‘슈퍼여당’이 됐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 의석을 포함해도 103석을 얻는데 그쳤으나 개헌저지선(100석)은 지켰다.
전국 개표율은 이날 오전 10시 100%를 기록했다. 개표 결과를 보면 민주당·시민당과 통합당·한국당의 21대 국회 의석 수는 이 같이 집계됐다. 이 밖에 지역구에서 정의당이 1석을, 무소속 후보들이 5석을 확보했으며 비례대표 의석은 정의당이 5석, 국민의당이 3석, 열린민주당이 3석을 얻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당과 시민당, 열린당, 정의당을 모두 더하면 의석 수가 189석에 달한다. 반면 보수정당은 통합당·한국당과 국민의당에 무소속까지 합쳐도 110석 정도에 머물렀다. 한 정당이 단독으로 180석을 확보한 것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국회 의석 5분의 3을 확보하면 개헌을 제외한 대부분 입법 활동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 우선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해 사실상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 여야가 팽팽히 대립하면서 장외전이 빈발했던 20대 국회와 달리, 21대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검찰·사법개혁 등 현 정부 주요 입법과제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 강남벨트 등 수도권 일부와 영남 등 전통적 강세지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참패한 통합당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새 지도부 꾸리기와 본격적인 당 쇄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또 ‘제3당’이라고 할 만한 정당이 사라진 점도 특징이다. 20석 이상 원내교섭단체를 꾸릴 수 있는 당이 거대 양당뿐이라 20대 국회 때처럼 ‘캐스팅보트’의 영향을 받지 않고 여야가 한층 극한 대립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애초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꿈꿨던 정의당은 6석을 확보하는데 머물렀다.
개표까지 마무리되자 각 당은 일제히 ‘포스트 총선’ 체제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우려 극복을 위한 전면전을 선포했다. 민주당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일자리 문제와 수출 회복 등에도 본격적으로 대처해 나갈 방침이다. 통합당은 이번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황교안 대표의 뒤를 이을 새 지도부 구성 등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정당들 역시 선거 후폭풍을 수습해야 한다. 일부 무소속 당선자들은 당으로 복귀할 채비를 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