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처럼만 하면 美 대선 연기 필요 없어…진짜 민주주의 보여줬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용기 있는 한국인들, 선거와 방역 동시에 지켰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일인 15일 서울 강남구 청소년수련관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위한 임시 기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 사무원의 임시기표소 봉투에 용지를 넣고 있다. 뉴스1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헨리 올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치러진 우리나라의 총선처럼만 한다면,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올슨은 지난 15일(현지시간) WP에 기고한 ‘한국은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법을 세계에 보여줬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평소였다면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는 미국에서 큰 관심 대상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올슨은 “이번에는 달랐다”며 “용기 있는(plucky) 한국인들은 선거와 공중 보건을 동시에 지키는 방법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올슨은 매일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속에서도, 15일로 예정된 선거를 연기하려는 움직임이 한국에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서울 동작구 상도1동 제1투표소가 차려진 강남초등학교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올슨은 투표소의 철저한 방역 체계도 소개했다.

 

올슨은 “투표 참여자들은 3피트(약 1m) 간격을 둔 채 신중하게 줄을 섰다”며 “유권자들은 반드시 체온을 체크했고, 37.5℃가 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부스도 운영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온 검사를 통과한 사람들은 손 소독제로 자신의 손을 깨끗하게 한 뒤, 비닐장갑을 끼우고 그들의 한 표를 행사했다”고 투표 과정을 상세히 묘사했다.

 

아울러 “6만 자가격리자를 위한 별도의 투표 방식도 있었다”며 “이들은 우편(mail)으로 투표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로지 격리자들을 위해 따로 차려진 장소에 직접 방문해서 투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0~11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라는 기회를 충실히 이용한 덕분에 본투표 당일 혼잡도를 낮출 수 있었다고도 분석했다.

 

올슨은 “누군가는 이 같은 방역 체계가 투표를 방해할 것으로 예측했을지도 모르지만 틀렸다”며 “유권자 66% 이상이 직접 현장에서 투표에 나섰고, 이는 20년 이래 최고 투표율이다”라고 말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개표요원들이 비례정당 투표용지를 수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슨은 선거 진행과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우리나라 총선을 11월 대선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슨은 “여기서 나오는 교훈은 명백하다”며 “우리가 지금부터 준비를 한다면 11월에 열릴 선거를 연기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한 직접 투표를 보장한다면 우편 투표 시스템으로 전환할 이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올슨은 “미국인들은 스스로가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이 ‘진짜 민주주의’가 압박 속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우리에게 가르침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은 (한국이 가르친) 교훈을 익혀 행동에 착수할 때다”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