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멈췄지만… 코로나도 막지 못한 ‘재키 로빈슨 데이’

최초의 흑인 선수 추모 릴레이 / 인종차별 맞서 미국 사회 큰 울림 / 등 변호 ‘42번’ 전 구단 영구결번 / 당시 경기 영상·사진 온라인 올려 / 영화 ‘42’의 제작자, 420만불 기부 / 그랜더슨, 4만2000개 ‘쿠폰’ 쾌척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오른쪽)이 1947년 4월15일 자신의 빅리그 데뷔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 앉아 있다. 인종차별의 장벽을 허문 그를 기리는 ‘재키 로빈슨 데이’ 행사가 올해는 코로나19로 그라운드에서 열리지 못했지만 많은 이들이 기부 등을 통해 이날을 기념했다. AP연합뉴스

1947년 4월15일은 미국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장이 열린 날이다. 이전까지 흑인은 메이저리거가 될 수 없었고 ‘니그로 리그’를 만들어 활동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재키 로빈슨이라는 청년이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로 나섰다. 그는 극심한 인종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맞서며 미국 사회에 큰 울림을 남겼다. 이런 로빈슨의 외로운 싸움을 다룬 영화 ‘42’가 제작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로빈슨을 기리며 1997년 그의 등 번호인 42번을 전 구단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또한 2009년부터는 매년 4월15일을 ‘재키 로빈슨 데이’로 정해 이날 모든 선수가 42번을 단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다. 올해도 한국시간으로 16일 이 행사가 열려야 했지만 코로나19로 2020시즌 개막이 연기되면서 이 장면을 볼 수 없게 됐다. 대신 메이저리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시의 영상과 사진 등을 게시해 온라인을 통해 이날을 기념했다. 또한 크리스 아처(피츠버그 파이리츠), 마커스 스트로먼(뉴욕 메츠) 등 많은 빅리거가 자신의 SNS에 로빈슨을 기리는 메시지를 남겼다.

영화 ‘42’의 제작자 토머스 툴의 420만 달러 기부 소식을 전하는 메이저리그 SNS 게시물. MLB인스타그램

여기에 더해 많은 이들이 기부를 통해 재키 로빈슨을 기념했다. 영화 ‘42’의 제작자 토머스 툴이 대표적이다. MLB닷컴은 “툴이 이끄는 재단, 툴코는 재키 로빈슨 데이를 기념해 420만달러(약 51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기부금은 코로나19로 타격받은 미국 흑인 사회와 의료단체의 의료기기 구매를 위해 사용된다. 이와 함께 전직 메이저리거 커티스 그랜더슨은 4만2000개의 식사 쿠폰을 코로나19 푸드뱅크 재단에 기부했다. 그랜더슨은 자신의 SNS에 “야구가 중단돼 아쉽지만 재키 로빈슨 데이가 갖는 사회적 의미는 야구 자체보다 더 크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여전히 흑인 차별이 존재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인구의 13%가 흑인이지만 지난해 개막 로스터 기준 흑인 비율은 7.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30년 전인 1990년 당시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준 것이다. 이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과 더불어 현재 단 두 명뿐인 빅리그 흑인 사령탑 중 하나인 더스티 베이커 휴스턴 애스트로스 감독은 “흑인 유망주들에게 필요한 건 기회”라며 “그간 메이저리그는 많은 흑인을 간과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