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극단은 과감히 잘라냈고 막말후보엔 엄정했다

극우·극좌성향, 문제 후보들 낙선 / 우리공화·친박신당 득표율 1%도 안 돼 / 홍문종 무기 단식·서청원 지지호소 무위 / 막말논란 김진태·차명진·민경욱도 ‘고배’ / 열린당, 성적표 ‘저조’… 3명만 국회 입성

4·15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막말 후보나 극단적 성향의 후보들에게 철퇴를 내렸다.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기반으로 비례대표 선거에 도전한 소수정당 대다수는 원내 진출에 실패했고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선 후보들도 모두 낙선했다.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의 정당득표율은 각각 0.74%, 0.51%로 두 당 모두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양당 지지율을 더하더라도 비례 봉쇄조항인 3%에 한참 못 미쳤다. 친박신당 비례 2번으로 나섰던 홍문종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이어갔다.



친박계 좌장으로 불리는 우리공화당 서청원 대표도 선거 하루 전날까지 대구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지만 대구에서의 득표율은 1.78%에 그쳤다. 양당 모두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조차 3%를 넘지 못했다. 대구 달서병의 현역인 우리공화당 조원진 의원도 이번에 낙선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물들이 창당한 열린민주당도 당초 목표로 했던 지지율보다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열린당은 창당 후 지지율 상승세를 타며 비례 8∼10번까지 당선을 점쳤다. 하지만 최종 득표율 5.42%를 기록하며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과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강민정 전 교사 등 3명만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4번인 김의겸 후보는 배지를 달지 못했다. 열린당은 강성 민주당 지지층인 소위 ‘문빠’의 지지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열린당 손혜원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창당 한 달여 만에 치른 선거라 소망하던 것만큼의 의석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충분한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진태

20대 국회에서 막말 논란의 중심에 섰던 현역 후보들도 여의도 무대에서 모두 하차하게 됐다.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강원도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의 김진태 후보는 민주당 허영 후보에게 7.39%포인트 격차로 패했다. 김 후보는 앞서 19, 20대에는 이 지역에서 연이어 당선됐다.

김 후보는 지난해 2월 지만원씨가 발표자로 참여한 ‘5·18 대국민 공청회’를 이종명·김순례 의원과 함께 개최하며 ‘망언 3인방’으로 불렸다. 김 후보는 이 자리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논란이 일자 “5·18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선 안 된다”고 맞섰다. 세월호와 관련해선 2015년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자. 돈도 시간도 너무 많이 든다. 아이들은 그냥 가슴에 묻자”고 주장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김 후보의 낙선으로 민주당 허 후보는 보수 아성인 춘천에 처음으로 민주당 깃발을 꽂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20대에는 1석, 19대에는 0석이었던 강원도 내 민주당 의석도 이번에는 3석으로 늘어났다.

차명진

선거 직전 미래통합당에 대한 격전지 표심을 뒤흔든 경기 부천병의 차명진 후보도 민주당 김상희 후보에게 28.05%포인트로 대패했다. 통합당은 선거운동 막판에 차 후보의 ‘세월호 텐트’ 발언이 터지면서 수도권에서 20석 이상 잃었다고 보고 있다.

차 후보는 지난 8일 지역방송 후보자 토론회에서 “○○○사건을 아느냐”며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에서 차 후보를 제명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차 후보는 법원의 무효 결정을 받아내 선거를 끝까지 뛰었다. 차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자기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패배 원인을 차명진의 세월호 막말 탓으로 돌린다”며 통합당 패배 원인으로 본인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반박했다.

민경욱

20대 국회 임기 동안 수차례 막말 논란에 휩싸인 인천 연수을의 민경욱 후보도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인천의 강남’이라 불리는 이 지역에서 민주당 정일영 후보와 정의당 이정미 후보가 경합하는 등 진보 분열 호재에도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민 후보는 지난 2월 페이스북에서 “이 씨XX 잡것들아!”로 시작하는 시를 인용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 여권 주요 인사들을 비난했다. 지난해 5월 헝가리 유람선 참사 때는 “일반인이 차가운 강물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민 후보는 통합당 공천과정에서 두 번이나 컷오프당했으나 이에 불복하며 최종 후보로 나섰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