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3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20만명 가까이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10년 10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취업자 가운데서도 일시휴직자 수가 무려 160만명을 넘기며 고용 악화 우려가 지표로 드러났다.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60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5000명 감소했다. 2009년 5월 24만명 감소 이후 최대다.
지난 2월 고용동향의 경우 조사 기간이 2월9일부터 15일까지로 코로나19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취업자가 49만2000명 증가했는데 이달 조사(3월15∼21일)에서는 고용 악화가 지표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대면 접촉이 많은 도·소매업 취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16만8000명 감소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10만9000명이 줄었고, 교육서비스업에서 10만명이 감소했다. 농림어업 취업자는 13만4000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8만2000명, 운수 및 창고업은 7만1000명이 늘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33만6000명 증가했지만 20대에서 17만6000명, 40대에서 12만명, 30대에서 10만8000명, 50대에서 7만5000명이 각각 감소했다. 20대의 취업자 수 감소는 아르바이트 등의 임시근로나 일용근로가 급격히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45만9000명 증가했으나,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각각 42만명, 17만3000명 감소했다.
비임금근로자 가운데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12만4000명, 무급가족종사자는 8000명 각각 증가했지만,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9만5000명이 감소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는 기존 고용원을 해고했거나 ‘나 홀로 창업’을 한 경우로 코로나19로 고용원을 해고하는 등의 조치가 수치로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시간대별로는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159만2000명 감소했고,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13만6000명(2.8%) 늘었다. 산업별 주당 평균 취업시간을 보면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3.6시간, 건설업에서 2.5시간, 제조업에서 1.6시간이 각각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도 문제지만 취업자 가운데 일시휴직자 수가 전년 동월보다 126만명(363.4%)이나 증가한 160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1983년 7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일시휴직자 수가 역대 최대인 동시에 증가 폭이 역대 최대다. 코로나19로 기업체에서 유급 또는 무급휴직을 시행한 여파다.
특히 직장에서 무급휴직 통보 등을 받은 일시휴직자의 경우 6개월까지는 취업자로 잡히지만 향후 상황 악화에 따라 실업자,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될 수 있어 앞으로의 고용지표 악화 가능성도 높다.
은순현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민접촉이 있는 업종들을 중심으로 도소매·음식점업이라든지 교육서비스업 쪽을 중심으로 일시휴직자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휴직자는 실업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가기도 하고, 아니면 복귀가 확실한 경우도 있어 여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59.5%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하락해 같은 달 기준 2013년(58.7%)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5.4%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달 기준으로 2016년(65.2%)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다.
지난달 실업자는 118만명으로, 1년 전보다 1만7000명 줄었다. 실업률은 4.2%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692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51만6000명 늘었다. 이러한 증가 폭은 2009년 5월(58만7000명) 이후 최대다.
세종=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