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따 신상공개 따져봐야…청소년보호법 아닌 만 18세 규정 필요 [승재현 박사의 법대로] (5)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의 ‘오른팔’ 노릇을 한 대화명 ‘부따’의 이름(강훈), 나이 그리고 얼굴이 17일 오전 8시 공개되었다. 미성년자로는 첫 신상공개다. 부따는 앞서 신상공개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소송과 더불어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나 지난 전날 오후 10시쯤 기각되었다.

 

당시 법원은 “신상공개의 원인이 된 신청인의 행위, 해당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극심한 피해, 그 행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의 정도,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방지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있다”며 “신청인의 행위는 고도의 해악성을 가진 중대한 범죄”라고 하였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신상공개는 적법하다고 보고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였다.

 

죄질이 극악하게 나쁜 특정 강력 범죄 또는 성폭력 범죄를 범한 이의 신상공개는 필요하다. 개인의 초상권 보호 등 사익보다 국민의 알권리 등 공공의 이익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건과 같이 ‘미성년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허용되는가’란 화두를 둘러싸고는 또 다른 쟁점이 숨어있다.

 

이번 사건에서 신상공개의 근거가 된 법률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5조다. 이 조항에서는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 2조 1호의 청소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왜 ‘미성년자’가 아니고 ‘청소년’에 해당하면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민법상의 미성년자인지 아닌지 나이 문제를 넘어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면 공개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게 입법자의 결단이다.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 보호’가 더 중요하다고 본 셈이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을 보호함으로써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을  입법 목적으로 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 2조 1항 단서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라는 규정 역시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청소년 보호조항이다. 만 18세 대학 신입생 등의 경제 및 사회활동을 보장한다는 게 이 단서의 애초 취지다. 실제로 2001년생인 강훈은 현재 18세11개월이라 올해로 만 19세가 된다.

 

경찰은 청소년보호법 규정을 근거로 신상공개를 결정하였다. 오로지 청소년 보호를 ‘제1의 임무’로 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을 이용하여 신상공개라는 불이익한 결정을 했다.

 

청소년보호법 2조 1항 단서를 문언 그대로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신상공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5조 2항에서는 신상공개를 할 때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하고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이 신상공개 근거로 주장한 청소년보호법 2조 1항 단서 규정은 청소년에게 불이익하게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 조항이다. 청소년보호법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는 탓이다. 뿐만 아니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5조를 통해 민법이 아니라 청소년보호법을 들어 신상공개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 입법자의 결단에도 반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 결정은 신상공개 남용을 금지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5조 2항에 반한다고 보인다. 

 

부따의 행동은 미성년자의 ‘내일’을 지운 인격살인 행위다. 성착취물 배포는 제작만큼 죄질이 나쁘다. 아니 더 나쁘다고 볼 수 있다. 신상공개 대상이 되어야 할 반문명적, 반인륜적 범죄다. 

 

다만 이번처럼 입법 취지와 반대로 해석해 신상을 공개한다면 죄형 법정주의에 반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칫 신상공개 규정 자체가 피해 최소성에 반하다는 이유로 위헌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만 18세에 대한 신상공개 규정도 하루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