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석(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대 103석(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1987년 민주화 이래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든 보수정당은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미래통합당은 통렬한 성찰과 뼈를 깎는 쇄신을 거쳐 국민의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 영남과 우파 지지에만 기댄 채 만년 야당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할지의 기로에 섰다.
◆“보수의 실패가 아니라 수구적 보수에 대한 심판”
특히 과거 보수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었던 50·60세대 중에 50대가 등을 돌린 것은 뼈아픈 지점이라고 꼬집었다. 엄 소장은 “이는 보수정당의 존립기반이 와해되고 지지기반이 붕괴한 것”이라며 “통합당이 얘기하는 선거 구호, 정책, 전략들이 대체로 60대 영남 유권자에 맞춰져 있었다. 통합당이 보수 세력을 통합했지만 이는 성찰과 쇄신이 아닌 ‘세 불리기’에 불과했다. 그게 보수를 재차 심판한 원인이 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수구적 보수’에 대한 응징이라고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 교수는 “통합당의 수구적이고 냉전적인 인식들, ‘문재인 하야’나 ‘박근혜 석방’ 같은 과도한 주장들, ‘태극기세력’과 결별하지 못하고 ‘아스팔트 우파’에 치우친 프레임이 심판당했다”면서 “보수가 몰락한 게 아니라 (통합당이)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수의 비전 재정립하고 새 인물 수혈해야”
과거 보수 정당 안에는 쇄신 세력이 존재했다.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 시절에는 ‘미래연대’(미래를 위한청년연대)와 ‘새정치 수요모임’ 같은 소장파 그룹이 쇄신 운동을 펼쳤다. ‘남·원·정 트로이카’로 불린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이 주축이 돼서 당내 기득권에 맞섰다. 18대 국회에서도 ‘민본21’ 등을 비롯한 소장파들의 혁신 흐름이 있었다. 보수 정당 내의 쇄신·혁신 운동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배태된 양측 세력의 권력투쟁에 묻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분열한 보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면서 탄핵 찬반으로 또 나뉘어 사분오열되고 말았다.
엄 소장은 “이번 총선에서도 통합당 당선자 3분의 2가 영남에 포진돼 있고, 올드보이들만 살아오지 않았나. 도대체 누가 통합당 쇄신을 이끌 수 있을지, 그런 주도 세력이 없다는 게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보수정당의 이념지향과 정책, 가치, 비전, 인물을 모조리 뜯어고치고 다시 태어나라는 것이 유권자들의 요구”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재창당을 한다 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이면 누가 신뢰하겠느냐”면서 “기본부터 바꾸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내놓아야 회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서울 송파병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그냥 미래통합당이 싫은 거라고밖에는 해석되지 않는다. 그저 밉고 싫은 이미지와 정서가 고착된 듯하다”면서 “특정 계층, 특정 연령층이 우리 당에 대해 갖고 있는 고착된 이미지와 비호감은 이제 백약이 무효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살아돌아온 당선자 중심으로 새 지도부를 꾸리고 대선 국면을 준비할 면면을 생각해보면 그 이미지와 비호감은 더 강화될 거 같다”면서 “국민들의 비호감 정서를 극복하지 못하는 이상 우리 당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시절 올드보이들이 백번 옷을 갈아입어봤자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것”이라면서 “박근혜란 이름과 무관한 40대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 당의 이미지를 탈바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현재 대다수 젊은 층들에게는 자신이 통합당 지지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부끄럽게 인식되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이러한 이미지와 인식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