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며 서한 발송 시점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한국 4·15 총선 이후인지, 또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 간 통화에서 이 서한 내용이 언급됐는지 등에 눈길이 쏠린다.
19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관련 브리핑 도중 “김 위원장으로부터 좋은 편지(nice note)를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적국들에 대한 미국의 메시지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언급하며 “그로부터 최근 좋은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편지를 받은 시점이나 그 구체적 내용 등 더 자세한 내용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우리(미국과 북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북한의 김 위원장에게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된 협조를 추구하는 친서를 보냈는가”라는 기자 질문에 “그렇다. 많은 나라에 대해…”라며 친서를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힌 서한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친서에 대한 답장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눈길을 끄는 건 김 위원장의 서한이 발송된 시점이 4·15총선 이후인지 여부다. 북한은 한국의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메아리’ 등 선전매체를 총동원, 미래통합당 등 한국의 보수 야당을 비판하는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북한 매체가 딱히 문재인정권이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의사 표시를 하진 않았지만 보수 야당을 격렬히 비난했다는 점에서 현 정권을 지원하는 듯한 인상을 풍긴 것도 사실이다.
북한이 한국 여당의 총선 승리를 희망했다면 민주당과 그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합계 180석을 얻은 선거 결과는 북한의 희망에 부합한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이처럼 주변 정세가 자신한테 유리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반영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또 하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내용을 우리 청와대도 알고 있는지 여부다. 마침 문 대통령은 전날(18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이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한·미 공조 방안, 최근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내용은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편지 내용을 소개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번 한·미 정상 통화는 백악관이 먼저 청와대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통화를 요청했다는 건 김 위원장의 친서 내용을 문 대통령한테 설명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