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가 21대 총선에서 참패했다. 현재의 헌정질서를 일컫는 ‘87년 체제’ 이후 여야 간 최대 표차이다. 역대 모든 총선 사례를 보더라도, 4·19 직후 정신없이 치러진 5대 총선을 제외한 유일한 결과다. 한마디로 미래통합당은 소위 영남의 ‘자민련’으로 세가 쪼그라들었다. 과거 운동권의 필독서를 쓰셨던 고 이영희 선생마저 자고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거늘, 입법부에서 좌우 균형은 사라졌고 대통령과 행정부를 견제할 시계추는 적어도 당분간은 실종되었다.
최근 몇 달 동안 추락하는 한국 보수가 보여준 날갯짓은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이미 상식이 되었지만, 확고한 보수층 30%와 확고한 진보층 30%를 제외하고, 21대 총선의 핵심은 최대 40%에 이르는 무당파를 상대로 치러진 전쟁이었다. 보수의 전략과 호소는 허술했고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선거전문가들의 설명처럼 이 40%의 부동표(浮動票)는 다시 두 개의 20%로 나뉜다. 첫 20% 집단은 ‘소극적 부동표’로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소극적이고, 날씨나 기분에 따라 표심이 좌우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두 번째 20%에 해당하는 ‘적극적 부동표’에 있는데, 이들은 집권세력의 실정(失政)은 물론 야당의 역할과 능력에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본다. 본인의 표가 사표(死票)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관련한 각종 정보를 모으기에 바쁘다.
결국 미래통합당은 ‘적극적 부동표’ 20%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벌인 전투에서 맥없이 패배했다. 건강한 보수의 재건을 위해서 한 가지 문제만 제기하고자 한다. 보수는 왜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가? 보수진영은 지난 네 번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2016년 총선에서 야당인 민주당은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보수는 그때 서둘러 무엇을 고치고 반성해야 할지 깨달았어야 한다. 하지만 선거 직후 민심과는 달리 대통령 측근이었던 이정현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2017년 대선 패배로 인한 학습효과가 있을 법도 하건만, 그해 7월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다시 건 보수는 홍준표 전 의원을 당대표로 선택한다. 그의 시원한 논리가 매력적일 때도 있지만, 대선 후보 시절 “동해로 미국 항공모함을 불러 그 선상에서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홍 전 의원의 말에 놀랐던 적이 있다. 도(道)를 넘은 북한을 엄격하게 다루는 일이 전쟁준비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시 민심과는 차이가 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