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왼손 거포 박철우(35)는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서 라이벌 삼성화재로 전격 이적했다. 특히 박철우는 신치용 당시 삼성화재 감독의 딸인 농구 선수 출신 신혜인과 결혼해 장인과 사위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게 돼 화제를 낳았다. 이후 박철우는 삼성화재의 주포로서 제 몫을 다해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조기 종료된 2019∼2020 정규리그에도 박철우는 득점 7위(444점)에 올랐다. 토종 선수 중에선 시즌 최우수선수(MVP)로 득점 6위를 차지한 나경복(우리카드·491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박철우는 또 공격 종합 6위(성공률 51.48%), 오픈 공격 4위(50.62%)를 기록하며 여전한 능력을 과시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나이에 다시 FA가 된 박철우는 삼성화재의 간판으로 활약해 왔기에 ‘삼성맨’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박철우가 한국전력으로 전격 이적해 배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지난 18일 “박철우와 자유계약선수(FA)로 계약했다”고 전했다. 원소속팀 삼성화재도 박철우의 이적을 확인했다. 박철우의 영입조건 등 구체적인 내용은 20일 공식발표될 예정이지만 역대 한국전력 구단 최고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프로 원년 멤버인 박철우는 현대캐피탈(2005∼2010년), 삼성화재(2010∼2020년)에 이어 세 번째 유니폼을 입는다. 무엇보다 한국전력은 박철우를 데려와 만년 최하위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떨쳐 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한국전력은 지난 10일 FA 시장이 막을 올리자마자 어느 때보다 신속한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쳐 박철우와의 계약을 추진했다. 이후 삼성화재에서 한솥밥을 먹은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이 박철우와 꾸준히 접촉하며 한국전력행을 이끌었다. 한국전력 측은 “이번 FA 시장에서 센터 보강에 집중했으나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았고, 기존 우리 선수들과의 차별성도 없었다”며 “그래서 공격력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날개 쪽 블로킹 높이도 강화하고자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박철우는 10년간 활동한 삼성화재 구단과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새 팀에서 도전해보자는 한국전력의 설득을 받아들여 전격적으로 이적 절차를 마쳤다.
한국전력이 박철우에게 기대하는 또 다른 것은 젊은 선수들을 이끌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코트 안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밖에서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고참의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송용준 기자